목격자 “거제 무차별 폭행범 제압했더니 심하게 때렸다고? 잘못한 거 없다”

ptk@donga.com2018-11-01 18: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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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에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현장을 목격했다는 누리꾼이 “참 나쁜놈 잡았는데 상은 못줄망정 내가 때린 게 잘못이라 하니 어이 없다”고 글을 올렸다.

이 누리꾼은 1일 페이스북에 “내가 기사에서 나오는 지나가는 행인”이라며 “사실 그대로를 국민께 알리고자 글 적는다”고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10월4일 새벽 3시 저랑 친구 두 명 총 세 명에서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사진 속 장소에서 범인이 사람을 끌고 은폐하러 가던 중 (우리를)만났다. 범인이 (우리)차를 보더니 손짓으로 가라고 인상을 썼다. 그래서 큰 사고를 직감하고 내가 친구 둘에게 우선 경찰과 구급차에 신고 하라고 하고 차 세우고 내리는데 까지 15초 정도 걸렸다”고 떠올렸다.

또 “차에서 내리니 범인이 다가오기에 경찰이랑 통화중인 친구폰을 내가 빼앗아 ‘(경찰)선생님, 지금 사람을 죽인 범인을 목격했는데 저희 쪽으로 다가오네요 우선은 때려서라도 제압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경찰에서 ‘알겠습니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인이 다가오더니 ‘형님들 제가 경찰입니다 그냥 가세요’ 이렇게 말했다”며 “제가 ‘니 몇살이고? 지금 무슨짓이고?"라고 물으니 범인이 ‘나 21살 그냥 꺼지세요’ 이렇게 답했다”며 “제가 명치를 발로 차서 넘어뜨린 뒤 개 잡듯 잡았다 (폭행을)인정한다. 때리다가 친구가 말려서 범인 눕혀서 경찰 올 때까지 기다렸다. 20여 분 지나서 경찰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는 얼굴형체가 아예 없었고 하의는 벗겨진 상태였다. 범인 신발은 흰색 신발이었는데 피범벅 이였다. 이게 그 날에 진실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기자랑 경찰들이 다음 날 나보고 ‘왜이리 범인을 심하게 때렸냐’ 이런 말이 오갔다”며 “무슨 '범인이 우리한테 잡히고 할머니 폭행을 이어갔다' 그런 소리를 하고들 있냐. 당당하니깐 CCTV 풀고 말하자. 잘못한 거 나는 없다. 누가 그렇게 생각한들 나 자신은 안 부끄럽다”고 글을 맺었다.

아울러 그는 “범인은 거제 21세 박OO이라고 한다”고 신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글은 현재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달 4일 오전 2시 36분께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모 씨(20)는 경남 거제시 고현동의 한 선착장 인근 주차장 앞 길가에서 폐지를 줍던 A 씨(58)의 머리와 얼굴을 수십 차례 폭행했다. 이후 박 씨는 A 씨가 숨졌는지 확인하고 도로 한가운데로 끌고 가 하의를 모두 벗겨 유기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A 씨를 도로 연석에 내동댕이치고 다시 일으켜 주먹으로 폭행하고 다시 내던지고 폭행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목격한 행인 3명이 박 씨를 말리자 그는 "내가 경찰이다 꺼져라"면서 폭행을 이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박 씨는 움직이지 않는 A 씨를 도로에 던진 후 하의를 모두 벗기고 달아났다. 행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범행 장소 인근에서 박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범죄 피해 5시 30분 뒤인 오전 8시 19분쯤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박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술에 취해 왜 그랬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 근처도 아닌데 거기를 왜 갔는지 왜 때렸는지 모르겠다"며 진술을 피하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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