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회장 폭행 못본체 한 직원들, ‘다음은 내가 될 수도’ 생각에”

bong087@donga.com2018-11-01 11: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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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상규 기자 페이스북
국내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실소유주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 의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양 회장의 갑질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해했다. 한 노동법률 전문가는 “직원들 같은 경우 그 폭행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다음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은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사실 저희 단체에서도 지난 1년간 (양진호 회장의 폭행 의혹과 같은) 이런 직장 갑질 사례들이 많이 있었다. 이번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사건의 경우에는 더더욱 양 회장의 위력, 권위, 이런 부분이 회사 내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 노무사는 “살아있는 닭을 생으로 잡게 한다든지, 좀 가학적이고 엽기적인 행위들이 많았다고 한다”면서 “평소 직장 갑질 사례에서 보는 악행들을 보면 화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이 사건을 겪으면서 소름이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양진호 회장의 개인적인 성격이라든지, 그런 부분도 많이 반영이 된 것 같다. 양 회장이 갖고 있는 권위가 같이 시너지효과로 발생하면서 이런 정말 어이없는, 무서운 악행들이 이뤄졌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것(갑질)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이 없다”면서 “저희가 상담을 드릴 때는 부당한 강요가 있는 경우에는 형법상 강요죄 등으로 고소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상담을 드리고 있다. 부당한 업무지시 등이 있다면 그 업무지시를 불이행했을 때 징계를 내리는 경우 그 부당징계를 가지고 다투는 방법으로 상담을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내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갑질은 무엇이냐는 물음엔 “굉장히 경악스러운 것들이 많았다”면서 “소소하게는 본인의 게임의 캐릭터를 레벨 업을 해 달라고 강요를 한다든지,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거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간호사들로 하여금 장기자랑을 하게 시킨다든지, 직원들로 하여금 본인 집에 김장을 하게 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갑질 사례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갑질 대처법에 대해선 “사실 개인적으로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선 동료직원들과 힘을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주변 기관, 신고할 수 있는 기관에 상담을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엽기적인 수준의 직장 내 갑질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선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문제에 합쳐져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면서 “우선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권위의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직원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 내가 이 부하직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을 나와 동등한 동료로 보지 않는 거다. 그래서 지시를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상대라고 생각하는 그 점이 이런 갑질을 만들어내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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