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큐어 칠했다고 놀림 당한 아들 위해 ‘분노’ 발산한 아빠

celsetta@donga.com2018-10-25 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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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미국 어린이 샘 구베이아(Sam Gouveia)는 밝고 활기찬 성격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10월 23일 유치원에 갔다 온 샘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샘의 어머니 마사(Martha Gouveia·40)씨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참았던 서러움이 폭발한 듯 엉엉 울며 자초지종을 털어놓았습니다. 알고 보니 유치원 친구들이 매니큐어 칠한 샘의 손톱을 보고 ‘이상하다’, ‘남자가 그런 걸 왜 바르냐’, ‘징그럽다’며 괴롭힌 것이었습니다.

마사 씨는 피플(People) 인터뷰에서 “샘은 그저 빨간색과 분홍색처럼 곱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손톱을 물들이는 게 즐거워서 그렇게 한 것 뿐이었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죠”라고 말했습니다.

샘의 아버지 아론(Aaron Gouveia·39)씨는 아들이 괴롭힘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손톱 칠하지 말고 유치원에 가라’고 아들을 훈계하고 끝낼 수도 있었지만 아론 씨는 아들의 순수한 마음이 고정관념 때문에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출판업계에서 일하며 블로그와 SNS에 익숙했던 아론 씨는 즉시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아이들에게 ‘다름’을 ‘틀림’이라고 가르쳐선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내 다섯 살 아들은 오늘 잘못된 남성성 강요가 얼마나 해로운지 배웠습니다. 지금 저는 매우 화가 난 상태입니다”라며 성 역할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어른의 시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말자고 주장했습니다.

아론 씨의 글은 3만 번 이상 공유되며 빠르게 퍼져나갔고, 전직 미식축구 선수 마텔루스 베넷(Martellus Bennett)도 아론 씨에게 공감을 표했습니다. 베넷은 딸과 함께 노는 사진을 올리며 “저도 분홍색 네일아트를 좋아합니다. 제가 딸과 가장 즐겨 하는 놀이 중 하나는 서로의 손톱을 칠해주는 거죠”라는 글을 올려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성 고정관념과 잘못된 남성성 압박에 시달리지 않는 아이로 자녀들을 키우고 싶다는 부모들의 글도 줄을 이었습니다. 수천 명의 네티즌들이 샘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겼고, 아론 씨는 이 메시지들을 샘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학교 가기 전 트위터 글들을 보여주니 샘은 활짝 웃고 기운차게 소리지르며 펄쩍펄쩍 점프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손톱을 좋아할 줄 몰랐다면서요.”

아론 씨는 샘을 위해 자기 손톱에도 은은한 반짝이가 들어간 매니큐어를 칠했습니다. 열 살 초등학생인 샘의 형도 동생을 향한 응원의 표시로 손톱을 칠하고 학교에 갔다고 합니다.

“언제나 용감하고 환하게 빛나라, 내 아들아! 세상 사람들이 네 손톱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면 아빠의 손톱을 보라고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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