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꺼져” 인종차별주의자 기내 난동…항공사 미온적 대처 논란

celsetta@donga.com2018-10-23 16: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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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acebook(@david.lawrencehughes)
비행기에서 흑인 여성을 향해 “더러우니 저리 꺼져라. 흑인 근처에 앉기 싫다”며 난동을 부린 백인 남성 승객이 ‘국제적 진상’으로 지탄받고 있습니다. 이 승객을 제 때 막지 못 하고 오히려 피해 여성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권한 항공사의 부적절한 대처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10월 18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저비용항공사 라이언 항공(Ryan flight) 바르셀로나-런던 비행편에 탑승한 데이비드 로렌스(David Lawrence)씨는 한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 노인에게 소리치는 것을 보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켰습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안경을 쓴 남성은 휠체어에 탄 여성을 향해 “당신이 내 길을 막고 있잖아. 저리 비켜!”라며 모욕했습니다.

여성의 딸이 “우리 엄마에게 왜 소리지르느냐”고 항의했지만 남성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당신 말고 딴 사람이 내 옆에 앉았으면 좋겠다”며 “이상한 외국 말로 떠들지 마, 뚱뚱하고 못생긴 주제에”라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보다 못한 뒷좌석 승객이 일어나 중년 남성을 향해 “조용히 좀 해요. 당신만 입 다물면 아무 문제 없어요”라고 끼어 들 정도였습니다.

모든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하던 로렌스 씨는 이윽고 달려온 승무원의 대처에 할 말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승무원이 오기에 난동 부린 남자를 비행기에서 끌어내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진상 승객 대신 피해 여성의 자리를 옮겼다.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비행기를 탔다가 예상치 못 한 봉변을 당한 피해자 델시 게일(Delsie Gayle·77)씨는 영국 ITV와의 인터뷰에서 “그 사람도 나도 똑같이 표 값을 내고 비행기에 탔다. 내가 왜 피부색 때문에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목격자 로렌스 씨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정황 영상은 3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라이언에어는 21일 공식 트위터에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이 사건을 에섹스 경찰에 신고했다”고 공지했으나 항공사 측의 대처가 잘못됐다는 비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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