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든 사람들 있다”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침착한 대응

celsetta@donga.com2018-10-18 16: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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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olumbus Division of Police
“내가 11살 꼬마에게 총을 쏠 사람으로 보이나?”

‘총 든 흑인 소년들이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침착하고 현명한 대응이 찬사를받았다.

10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 주 경찰 피터 카수시오(Peter Casuccio/37) 씨는 흑인 소년 두 명이 총을 들고 배회중이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아이들은 정말 기다란 총 두 자루를 들고 있었는데, 잘 보니 진짜 총이 아니라 플라스틱 총알이 나가는 ‘BB탄 총’이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카수시오 씨는 짐짓 엄숙하게 “총 내려 놓고 손 머리 위로 올려. 무릎 꿇고”라고 지시했다. 장난감 총을 들고 ‘터프가이’가 된 기분에 취해 있던 아이들은 겁을 먹고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경찰관은 “너희가 들고 있는 게 장난감이란 걸 난 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충분히 진짜 총처럼 보일 수 있으니 그렇게 들고 다니면 안 된다”라며 마치 친아버지처럼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엄격한 훈계를 듣고 반성하겠다며 얌전히 일어났고, 모든 상황은 카수시오 씨의 몸에 부착돼 있던 소형 카메라를 통해 기록됐다.

카수시오 씨의 현명한 대응이 알려지자 언론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클리블랜드 경찰관 티모시 로만이 장난감 총을 들고 놀던 12살 소년 타미르 라이스에게 곧바로 총을 발사해 사살한 사건과 비교되고 있다. 당시 로만 경관은 ‘공원에서 누가 총을 휘두른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와 함께 출동했다가 라이스를 발견하자 변명도 듣지 않고 곧바로 총격을 가했다.

경솔하게 방아쇠를 당긴 로만 경관은 해고당했지만 억울하게 숨진 아이의 생명은 되돌릴 수 없었다. 열두 살 소년의 비극적 죽음은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사라지지 않는 인종차별 관행을 지적하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운동으로 번졌다.

한편 카수시오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이런 일로 주목 받는 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총을 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판단해야 했기 때문에 일부러 차에서 천천히 내리며 상황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었고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라는 생각이 들었죠. 요즘 세상에 총을 들고 다니면 남들이 진짜라고 오해하니 그러지 말라고 훈계했습니다.”

겁먹은 한 아이가 “우릴 쏘실 건가요?”라고 묻자 카수시오 경관은 “내가 열한 살이랑 열세 살 된 아이를 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보이니?”라고 되물었다. 그는 아이들을 어머니에게 안전히 인계하며 “어머니께 잘못을 고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침착한 대처로 상황을 해결하고 아이들에게 교훈까지 준 카수시오 경관은 두 살 된 아이의 아버지이며 곧 둘째가 태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했다며 “내가 특별한 게 아니다. 아마 이런 상황에선 대부분의 경찰들이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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