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두고 온 약혼자 보고싶어 띄운 ‘유리병 편지’…안타까운 결말

celsetta@donga.com2018-10-10 15: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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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약혼자를 그리워하며 망망대해에 던진 ‘유리병 편지’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선원이 인도양에서 띄워 보낸 유리병은 호주 퀸즐랜드 앞바다로 흘러가 한 커플에게 발견됐습니다.

지난 8월 8일(현지시간) 퀸즐랜드 해변 근처에서 배 낚시 중이던 케이트 챌린저 씨와 다니엘 맥널리 씨는 물 위에 떠 있는 유리병을 보고 건져 올렸습니다. 병은 한동안 바다를 떠돌았던 듯 표면에 따개비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케이트 씨는 현지 매체 브리즈번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다니엘은 평소 해양스포츠를 즐기면서 바다 쓰레기를 줍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 유리병도 쓰레기인 줄 알고 건졌는데 알고 보니 안에 편지가 들어 있었죠”라고 말했습니다.

병 안에는 중국어로 적힌 짤막한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에 그려진 작은 하트 모양으로 미루어 보아 사랑을 표현하는 글이라는 추측은 가능했지만 두 사람 모두 한자를 몰라 자세한 내용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지역에서 작은 여행회사를 운영중인 다니엘 씨는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편지 사진을 올리고 주변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나는 인도양을 항해하는 선원입니다. 고향에 있는 약혼자가 너무도 그립습니다. 약혼 직후 나는 바다 멀리 떠나와야 했어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두고 온 것이 너무도 미안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유리병에 이 애타는 마음을 담아 띄워보내는 것 뿐이네요.

나의 유일한 소원은 고향에 돌아가 사랑하는 징(靜)과 행복한 가족을 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이 편지는 바다에 가라앉을 거고 누구도 읽어주지 않겠지만 내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고 싶어 이렇게라도 글을 적습니다. 사랑해, 징.>

애절한 사랑이 담긴 편지에 감동한 다니엘 씨와 케이트 씨는 편지의 주인공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두 사람은 편지를 쓴 선원의 소식을 알고 싶다며 네티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선원의 사랑에 공감한 많은 이들이 중국 SNS로 사진을 퍼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정성이 빛을 본 것일까요. 마침내 선원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러나 친구가 전해 준 근황은 동화 속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선원과 약혼녀 징은 이미 헤어져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입니다. 선원의 친구는 “징은 이미 다른 남자를 찾아 결혼했다”고 전했습니다.

씁쓸한 결말이었지만 선원이 약혼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동화 같은 시작에 현실적인 결말”,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연애는 두 사람 사이의 일이다. 무작정 징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선원도 좋은 인연을 찾길 바란다”며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를 곱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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