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교사 “숙제 안 한 학생에 ‘0점’ 줬다가 해고 당했다” 주장 논란

celsetta@donga.com2018-10-01 14: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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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이앤 티라도 씨 페이스북
미국 플로리다의 교사가 숙제를 안 해 온 학생에게 0점을 줬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다이앤 티라도(Diane Tirado·52)씨는 세인트 루시 카운티 공립교육구 웨스트게이트 K-8 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일했습니다. 그는 ‘노 제로 정책(No Zero policy·낙제 수준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도 최저 점수를 주는 정책)’을 어기고 학생들에게 ‘0점’을 주었습니다. 그는 뉴욕포스트에 “학교 측에서는 아무리 못 해도 50%의 기본 성적을 주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티라도 씨는 8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새 학기 첫 과제로 15세기 때 탐험가들이 하던 방식으로 2주간 역사 일지를 써 오는 과제를 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이미 아이가 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티라도 선생님이 내 준 숙제는 너무 버겁다’며 항의했습니다.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자 티라도 씨는 교장실에 불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숙제를 해 오지 않는 상황에는 익숙합니다”라며 “하지만 숙제를 안 하고도 점수를 받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아예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티라도 씨는 수습채용된 지 두 달 만인 9월 14일(현지시간)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학교 측은 공식적인 해고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티라도 씨는 자신이 학교 시스템에 정면으로 저항했기 때문에 해고당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 수업 날 칠판에 “잘 있어요 여러분. 티라도 선생님은 여러분을 사랑하고 항상 잘 되길 바랍니다. 나는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에게도 기본점수를 주라는 지시를 거절했기 때문에 해고당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적고 학교를 떠났습니다.

티라도 씨가 학생들에게 남긴 메시지. 사진=다이앤 티라도 씨 페이스북
티라도 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보상을 주는 건 그 사람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줌으로써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어 “어린 시절에 노력하지 않고도 무언가를 얻어 본 경험이 반복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평생 ‘거저 얻는’ 것만 바라게 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최저점수 보장 논란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전현직 교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력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어릴 적부터 교육시켜야 한다며 티라도 씨를 옹호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최저점수 보장에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집안 환경 때문에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낙제점을 주어 탈락시켜 버리면 이 아이들은 유급을 반복하다 아예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다. 최저점수 보장은 이런 학생들을 학교 울타리 안에서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학교 측은 “몇몇 교사가 과제를 내지 않은 학생에게도 최저점수를 준 바는 있지만 공식적인 ‘노 제로’ 규칙은 없다”고 항변했으나 티라도 씨는 “학생·학부모용 안내문에 분명 빨간 글씨로 ‘노 제로’ 규칙이 있었다”며 사진을 첨부해 반박했습니다.

빨간 글씨로 ‘노 제로’ 성적 규정이 적힌 안내문
현재 티라도 씨는 지역 언론들의 인터뷰나 방송출연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교육현장 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는 9월 27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근황을 공개하며 “요즘 일 때문에 생각이 많아져 새벽 3시에도 잠을 이루지 못 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데 안도감을 느낍니다”라며 학부모들이 모두 힘을 합쳐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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