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허리케인 때 다친 동물들 보호한 의인 구속될 뻔…왜?

celsetta@donga.com2018-09-30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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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페이스북 'Crazy's Claws N Paws'
허리케인 플로렌스로 큰 피해를 입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갈 곳 잃은 동물들을 구조한 의인이 상을 받기는커녕 곤욕을 치렀습니다.

USA투데이 등 현지 매체들은 9월 22일(현지시간) 태미 헤지스(Tammy Hedges)라는 여성이 버림받은 동물들을 치료해 주었으나 수의사 면허 미소지와 미허가 시설 증축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크레이지 클로 앤 포(Crazy's Claws N Paws)’ 동물보호소 설립자이기도 한 헤지스 씨는 허리케인 때문에 다친 유기견이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동물들을 구조했습니다. 고양이 17마리와 개 10마리를 합쳐 총 27마리가 늘자 보호소 공간이 부족해졌고, 헤지스 씨는 창고로 쓰던 공간을 개조해 동물들이 지내기 알맞은 곳으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헤지스 씨는 “허리케인이 도시에 닥치기 직전 노부부가 다친 동물 18마리를 보호소에 놔두고 갔다.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나니 웨인 카운티에서 전화가 와 ‘동물들을 넘기지 않으면 영장을 신청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수의사 면허 없이 동물들에게 의료행위를 했으며 창고를 목적 외 시설로 무허가 개조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사진=페이스북 'Crazy's Claws N Paws'
보호소 자원봉사자인 라이나 닐리람(Raina Nuliram)씨는 “헤지스 씨가 동물들에게 쓴 약은 달러트리(Dollar Tree·저렴한 생활용품이나 잡화를 파는 가게. 한국의 ‘천원샵’과 비슷)에서도 파는 항생제 연고였다”며 “허리케인 때문에 동물병원이 다 문을 닫았는데 어떻게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나. 말도 안 되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 캐시 데이비슨(Kathie Davidson)씨 역시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라며 지자체 동물 담당 부서를 비난했습니다. 압수된 동물들은 일정 기간 안에 주인을 찾지 못 할 경우 안락사 처분을 받게 됩니다.

무시무시한 자연재해에서 동물들을 구해낸 의인에게 못 할 짓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여론이 힘을 얻자 웨인 카운티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헤지스 씨는 유죄가 증명될 때까지 죄가 없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얼마 뒤 헤지스 씨가 긴급 상황에서 선의로 행동했다는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동물보호소 측은 9월 25일(현지시간)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헤지스 씨가 혐의를 벗었다고 전했으며, 27일에는 모든 일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는 최종 공지를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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