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 건물 밖 대변 금지” 스웨덴 tv쇼 풍자에… 中 발끈

hwangjh@donga.com2018-09-27 18: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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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을 묘사한 그림에 ‘대변 금지’라는 문구를 추가한 ‘스웨덴뉴스’ 방송 장면. 사진=‘스웨덴뉴스’ 방송 캡처
중국인을 묘사한 그림에 ‘대변 금지’라는 문구를 추가한 ‘스웨덴뉴스’ 방송 장면. 사진=‘스웨덴뉴스’ 방송 캡처
스웨덴의 한 풍자성TV 프로그램이 중국인 관광객들을 희화화한 방송을 내보내면서 중국과 스웨덴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21일 스웨덴 SVT의 시사 풍자 프로그램 ‘스웨덴뉴스’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지목해 “건물 밖에서 대변을 보면 안된다”, “식당 테이블에 앉아 대변을 봐서는 안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과 비슷한 풍자 TV쇼다.

이는 최근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일어났던 중국인 관광객 숙박 논란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 푸대접 논란을 일으킨 영상. 사진=해당 영상 캡처
이달 초 한 중국인 가족은 관광 목적으로 스톡홀롬을 찾았다가 호스텔에서 푸대접을 받았다는 취지의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해당 호스텔은 오후 2시 체크인이 가능한 곳이었지만 이 가족은 전날 자정 무렵 호스텔에 도착해 로비에서 투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호스텔 측은 이를 거부하며 경찰을 불렀고, 이 과정에서 푸대접 논란이 빚어졌다.

당시 스웨덴 주재 중국 대사관이 스웨덴 정부 차원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스웨덴 측의 해명으로 논란은 수그러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스웨덴뉴스의 풍자 방송 논란으로 양국의 갈등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날 방송에서 스웨덴뉴스는 풍자성 멘트와 함께 해당 사건을 전한 뒤 ‘문화 충돌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이 담긴 영상을 내보냈다.

영상에 등장한 ‘팁’은 앞서 언급한 대로 “역사적 건물 외부에서 대변을 보면 안된다”,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을 본다면, 그를 점심식사를 사가지고 가는 것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스웨덴에서는 나이프와 포크로 식사를 한다. 식당 테이블에 앉으면 대변을 봐서는 안된다” 등이었다.



‘SVT 유머’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스웨덴뉴스’ 영상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진행자는 영상의 일부를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쿠에 게시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보도 중 등장한 중국 지도에 대만과 티베트 일부 지역이 빠져있다는 것도 비난의 빌미가 됐다.

중국 누리꾼들이 분노한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일부는 이케아, H&M, 볼보 등 스웨덴 브랜드를 보이콧하자는 주장을 폈다.

풍자와 유머일 뿐이라는 설명도 통해지 않았다. 중국 국영 인민일보는 “중국인들을 모욕적인 방법으로 묘사했다. 다문화 사회가 정의인 나라에서 이 같은 ‘유머’가 공영 방송을 통해 허용됐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4일 성명을 내고 “(그 프로그램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편견과 도발로 가득차있다”는 비난과 함께 사과를 요구했다.

이 같은 반발에 SVT 측은 프로그램 의도 자체가 유머와 풍자에 기반한 것이라고 거듭 밝히며 사과를 거부했다. 하지만 영상의 일부만을 유쿠에 올려 전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것은 ‘실수’ 였다고 인정했다. “(이 부분이) 모욕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정말로 유감”이라는 말로 일부 사과했다.

한편 양국의 외교 갈등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초 중국 공안이 스웨덴 국적의 홍콩 출판업자 구이민하이(桂敏海)를 연행한 것을 지적한다. 구이민하이는 당시 금서출판 혐의로 공안에 연행됐으며 스웨덴 정부는 그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달 초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스웨덴을 방문한 것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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