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쩍벌남들 다리 사이에 ‘표백제’ 뿌린 여대생

hwangjh@donga.com2018-09-27 15: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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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쩍벌남’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쩍벌(맨스프레딩·manspreading)을 근절시키겠다는 한 여성 사회운동가의 ‘표백제 캠페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법학부 학생이자 사회운동가로 활동 중인 Anna Dovgalyuk(20·이하 안나)는 지난 9월 25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3분여짜리 동영상 하나를 게시했다.

해당 영상은 지하철에서 지나치게 다리를 벌리고 앉는 이른바 ‘쩍벌남’들을 응징하는 내용으로, 그들의 다리 사이에 세탁용 표백제를 섞은 물을 뿌리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의 지하철 차량 내부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다양한 남성들이 등장한다. 안나는 이들에게 접근해 다리 사이에 생수통에 들어있는 액체를 쏟는다.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대부분의 남성들은 깜짝 놀라 안나를 바라볼 뿐 별다른 항의나 반응을 하지 못한다.

이는 표백제가 섞인 물이 남성들이 입은 바지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남기는 것을 의도한 행동이다.

안나는 “이 영상은 맨스프레딩 문제에 대한 나의 성명서”라고 밝히며 “지하철에서 주변의 여성과 아이들에게 자신의 남성성(alpha-manhood)을 드러내는 이들은 경멸 당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연출이나 조작 논란에 대해서는 “완벽한 실제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더불어 영국 일간지 메트로는 아직까지 해당 캠페인 때문에 안나를 고소한 남성은 없다고 밝혔다.

영상은 300만회(27일 기준) 가까이 조회되며 논란을 불러왔다. “통쾌하다”는 반응과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안나의 행동을 ‘폭력’으로 못 박으며 무분별한 모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다.

한편 안나가 진행한 캠페인이 적절한 선을 지켰는가와는 별개로, 맨스프레딩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옥스포드 사전에도 신조어로 등재됐을 정도다.

국내는 물론 스페인,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쩍벌 금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는 2016년부터 승객 한 명이 한 개 이상의 좌석을 차지할 시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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