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치료비 위해 車 판 아빠… 17년 뒤 ‘그 車’를 선물한 아이들

hwangjh@donga.com2018-09-19 17: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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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이크 라이언 페이스북
17년 전에 팔아버린 차를 아버지를 위해 되찾아온 미국의 한 남매가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9월 1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 거주하는 제이크와 제니 라이언 남매는 아버지 웨슬리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했다. 17년 전 아내의 암 치료비를 충당하려 팔아버렸던 ‘크리스틴’을 되찾아 준 것이다.

‘크리스틴’은 웨슬리가 몰던 1993년형 포드 머스탱의 애칭이었다. 애칭까지 붙일 정도로 차를 아꼈던 웨슬리였지만 아내 로라가 난소암에 걸린 뒤 치료비를 위해 크리스틴을 팔기로 결정했다. 제니는 “의료비 청구서가 쌓여가고 있었고 아버지는 주저없이 차를 내놓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제이크 라이언 페이스북
크리스틴은 남매에게도 의미가 깊은 차였다. 제니는 “그 차는 갓 태어난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준 차였다”며 “그 차에는 감상적인 가치가 많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남매의 모든 추억은 아버지 웨슬리의 추억이기도 했다.

성장한 남매는 과거 웨슬리가 자신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로라를 위해 내린 결정이 어떤 가치를 지닌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한 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은 남매가 크리스틴을 ‘추척’하기 시작한 이유였다.

크리스틴을 되찾는 건 쉽지 않았다. 남매는 2년 전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크레이그스리스트에서 1993년형 하얀 머스탱을 발견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2주 전 제이크는 온라인에서 또다시 크리스틴을 찾아냈다.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고 차대번호(VIN)까지 일치하는 크리스틴을 손에 넣었다.

사진=제이크 라이언 페이스북
차를 구매한 남매는 아버지를 깜짝 놀라게 할 계획을 세웠다. 엄마와 제니의 남자친구도 ‘한 패’가 됐다. 그들은 그 날 저녁 마을 주차장으로 웨슬리를 부른 뒤 안대로 눈을 가렸다.

안대가 벗겨졌을 때, 눈 앞에 놓인 하얀 머스탱을 본 웨슬리는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내 온 가족이 서로를 끌어 안고 감동을 나눴다.

웨슬리는 “아이들이 이런 일을 벌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감동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이크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의 표정과 감정을 보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며 감동을 전했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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