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촬영회’ 성추행·사진유출 피해 양예원 “무섭지만 여기서 놔버리면…”

cja0917@donga.com2018-09-05 13:17:38
공유하기 닫기
3년 전 피팅모델 활동 중 당한 성추행과 사진 유출 피해를 폭로했던 인터넷 1인 방송 진행자(유튜버) 양예원 씨가 “많이 답답했고 힘들고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양 씨는 9월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이진용 판사 심리로 열린 최모 씨(45)의 강제추행 등 혐의 사건 제1회 공판기일에 나와 피해자 자격으로 법정 방청석에 자리했다.

양 씨는 지난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동영상을 통해 과거 겪었다는 성추행 등을 폭로한 인물이다.

양 씨는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괜히 말했나, 괜히 문제를 제기했나 하는 후회도 했지만 힘들다고 여기서 놔버리면 오해가 풀리지 않을 것이고 저 사람들(피고인) 처벌도 안 받고 끝나는 거로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며 “그래서 잘 이겨내려고 버티고 또 버텼다”고 말했다.

최 씨는 2015년 7월 양 씨의 노출사진을 115장 촬영해 지난해 6월 지인들에게 사진을 넘겨 유출하고,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13회에 걸쳐 다른 여성모델들의 노출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씨는 또 2015년 1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 소재 스튜디오에서 한 여성모델에게 ‘옷을 빨리 갈아입으라’고 다그치며 성추행하고, 2016년 8월에는 양 씨의 속옷을 들춰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 씨의 변호인은 양 씨와 다른 여성모델들의 노출사진을 촬영해 유포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성추행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성추행 시점의 비공개 촬영회) 참석 여부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신체접촉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제출한 경찰 의견에 대해서도 “경찰관 개인의 부정확한 생각이 들어있고, 최 씨가 모델들과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양 씨를 법률 대리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진술 기회를 요청해 양 씨의 피해자 증인신문 등 재판 절차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오늘 피고인이 자백하고 반성했다면 다음 기일에 피해자 증인신문이 불필요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공개적으로 피해를 얘기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사법 현실이 있다. 2차 가해가 많이 일어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한 고소도 진행 중”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 판사는 다음 기일인 10월 10일까지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 종료 후 취재진 앞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얼마나 얘기할 수 있고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실험단계 같은 상황”이라며 “피해자가 오독될 수 있는 상황이고 용기 내서 공개한 사건이므로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고 공개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일이나 선택은 유감이지만, 그런 것에 대한 비난이 고스란히 피해자 어깨에 쏟아진다”며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 잘못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지적이 부족하다”고도 말했다.

한편 해당 사건의 주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스튜디오 운영자 정모 씨(42)는 지난 7월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경기 남양주시의 한 다리에서 투신했다. 정 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그에 대한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