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 서양 관광객들, 가난한 주민들에 여행비용 구걸

celsetta@donga.com2018-08-3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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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하나 짊어지고 세계여행 하기’.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보는 낭만 중 하나일 텐데요. 호화롭지는 않지만 튼튼한 두 다리로 세계를 누비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많은 젊은이들이 배낭여행에 도전하곤 합니다.

일반적인 배낭여행족(backpacker)들은 알뜰살뜰 아껴 쓰며 추억을 만들어 가지만, 일부 얌체 여행객들은 현지 주민들에게 당당히 ‘여행비를 보태 달라’고 요구합니다. 구걸한 돈으로 여행하는 이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배낭구걸족(begpacker)’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여행 마니아들은 “잘 사는 서구 사람들이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돈을 뜯어간다”, “여행을 갔으면 적절한 소비로 현지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게 여행자로서의 도리”라며 배낭구걸족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최근 태국 푸켓 섬 삼콩 시장에서 포착된 서양 남성 두 명도 뻔뻔한 구걸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들은 영어와 태국어로 “제 이름은 알렉스(Alex)입니다. 저는 15개월째 아시아를 여행하는 중인데, 불행히도 돈이 다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살려고 합니다. ‘여행’이라는 제 꿈을 이룰 수 있게 여러분의 친절을 베풀어 주세요”라는 글을 적어놓고 길바닥에 앉아 구걸 중이었습니다.

사진=Facebook
현지 매체 코코넛츠 방콕(Coconuts Bangkok)에 따르면 ‘알렉스’는 몇 주 전에도 다른 시장에서 구걸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알렉스를 목격한 현지 주민은 “여기(태국)에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하다 돈이 떨어졌다면 자기 나라 대사관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면 되지, 왜 가난한 주민들에게 돈을 달라고 하느냐”는 일침을 남겼습니다.

서구 관광객들도 “싸구려 그림엽서를 늘어놓고 비싼 값에 사 달라고 하는 사람도 봤다. 양심 없는 이들”, “저들은 백인이 아시아에서 환대 받는다는 걸 알고 이용하는 거다. 내가 다 창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배낭구걸족’을 보는 시선이 나날이 싸늘해져 가고 있지만, 쉽게 돈을 벌어 여행하려는 얌체족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림프 부종 증상으로 퉁퉁 부은 다리를 이용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전문 거지 이야기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벤자민 홀스트라는 독일 출신 백인 남성은 아시아 각국을 돌아다니며 ‘다리가 아프다’고 구걸한 뒤 그 돈으로 호화여행을 했습니다. 좋은 뜻으로 도와준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페이스북 계정에 호화여행 인증샷까지 올린 그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 관련기사 : 구걸한 돈으로 아시아 호화여행하는 독일 거지

베트남 끼엔장 지역 관광국 관계자 트란 치 덩(Tran Chi Dung)씨는 “구걸 여행자들은 단속 대상읻. 아무리 공손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예외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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