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노숙자 돕겠다며 후원사이트 개설하더니…횡령?

phoebe@donga.com2018-08-28 13: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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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타고 가던 차의 휘발유가 떨어져 늦은 밤 오도 가도 못 하던 젊은 여성을 위해 전 재산 20달러를 털어 주유소로 가 연료를 직접 사다준 미국 노숙자의 사연이 전 세계 네티즌을 훈훈하게 했습니다.

여성은 노숙인의 집을 구하는 데 쓰겠다며 기부사이트에 후원계좌를 개설했고, 두 사람은 방송 출연까지 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10개월이 지난 지금, 둘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습니다.

8월 26일(현지시간) 미 CNN 보도에 따르면, 노숙자 의인 조니 보빗 주니어(Johnny Bobbitt Jr) 씨의 변호사는 ‘고펀드미(GoFundME)’에 모인 기부금 상당액이 보빗 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폭로했습니다. 남자 친구와 함께 후원계좌를 개설한 케이트 맥클루어(Kate McClure‧27) 씨가 돈 욕심에 후원금 상당액을 횡령해 자동차를 장만하고 호화여행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당시 보빗 씨와 맥클루어 씨의 아름다운 사연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순식간에 후원금이 40만 2706달러(우리 돈으로 약 4억 5000만 원)나 모였습니다. 그런데 감동은 길게 가지 못했습니다. 보빗 씨의 변호사 크리스 팰론 씨가 전한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고펀드미 계정에 40만 2000여 달러가 모였고, 고펀드미 측은 3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케이트 맥클루어 씨와 남자친구 마크 디아미코(Mark D'Amico) 씨는 이중 7만 5000달러만 조니 보빗 씨에게 주었다.”

결론적으로 보빗 씨에게 집을 사주겠다는 약속은 8월 현재까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커플은 그에게 중고 캠핑 차량을 전달했는데, 케이트 씨의 이름으로 산 것이었습니다. 이마저도 지금은 고장 나 버렸습니다.

모금 캠페인에 참여한 후원자는 1만4000명이나 됩니다. 횡령이 사실이라면 맥클루어 씨와 디아미코 씨는 이들을 농락한 셈이 됩니다.

팰론 변호사는 “나와 보빗 씨의 공동변호사 재클린 프라미슬로(Jacqueline Promislo)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후원자들이 기부금의 행방을 알 수 있도록 믿을 만한 관리자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커플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캠핑 차량은 보빗 씨가 원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남자친구 디아미코 씨는 “나는 그에게 그의 꿈이 무엇인지 물었고, 그는 '땅에서 살고, 낚시하고, 사냥하며, 여행용 트레일러를 타고 알래스카로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라며 “그래서 트레일러를 골랐다”라고 말했습니다.

보빗 씨의 변호사 프라미슬로 씨는 CNN에 “그들의 말은 거짓”이라며 “아무것도 그의 선택은 아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케이트 씨 커플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와의 인터뷰에서 보빗 씨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거플은 보빗 씨에게 절반 이상의 돈을 주었지만, 그가 마약을 끊고 직장을 얻을 때까지 나머지 돈을 지급하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고 신문에 말했습니다. 디아미코 씨는 “마약 중독자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주는 것은 누군가에게 장전된 총을 주는 것과 같다”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보빗 씨 측은 커플은 무슨 돈이 있어 새 BMW를 구입하고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호화로운 휴가를 즐겼는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결국 후원금을 횡령한 게 아니냐는 것이죠.

디아미코 씨는 인콰이어러에 도박하느라 고펀드미 후원금 500달러를 썼다고 실토했지만 곧 갚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NBC인터뷰에서 보빗 씨의 허락을 받아 돈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보빗 씨의 변호인 측은 성명에서 “보빗 씨는 도박이나 다른 일에 돈 쓰는 것을 동의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비난이 이어지자, 커플은 수탁자를 새로 찾겠다며 그 전에 회계사에게 계좌를 맡기겠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들은 환영의사를 밝히면서도, 디아미코 씨가 8월 27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기로 한 미팅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사 프라미슬로 씨는 보빗 씨가 현재 “위험하게도 필라델피아 거리에서 노숙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마약 전문 클리닉에서 성공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고펀드미측 대변인은 “이 캠페인과 관련한 주장을 조사 중”이라며 “조니 씨가 받을 만한 도움을 받고, 기부자들의 의도가 존중받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CNN에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이런 일은 우리 플랫폼에서 매우 드물다”라며 “오남용 된 캠페인은 1% 미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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