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어요” 다리 위에 선 20대 여성 구한 택시 운전사

hwangjh@donga.com2018-08-27 18:30:01
공유하기 닫기
목숨을 끊으려 다리 위에 선 여성을 지나가던 택시 운전사가 구해냈다고 인민망 등 중국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들의 대화가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도 함께 공개됐다.

8월 22일 오전 1시 경. 중국 쓰촨성 러산 민강의 한 다리를 지나던 택시 운전사 천롱추엔(陈荣全·44) 씨는 배낭을 맨 채 다리 위에 서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그 날은 빗발이 거센 날이었다. 천둥 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여성은 혼자 다리 위에 서있었다. 금방이라도 다리 아래로 몸을 던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당시 천 씨는 예약 승객을 태우러 인근 지역으로 택시를 몰고 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천 씨는 지나가는 자동차도 사람도 하나 없는 다리 위에 홀로 서있는 여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을 기다리던 승객에게 “급한 일이 생겨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전화를 한 뒤 곧바로 여성 쪽으로 차를 몰았다. 돈보다는 사람의 목숨이 중요했다.

해당 영상 캡처 사진=sohu.com 보도 화면
해당 영상 캡처 사진=sohu.com 보도 화면
택시를 세운 천 씨는 “비가 많이 온다. 얼른 차에 타라”며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진짜 필요 없다. 살고 싶지 않다. 난 죽고 싶다”라는 외침이었다. ‘당신은 아직 젊다, 다 좋아질 거다,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천 씨의 말에도 여성은 여전히 “나를 구할 필요 없다”며 외면했다.

천 씨는 경찰에 신고전화를 한 뒤 차 문을 열고 빗 속으로 뛰어나갔다. 곧이어 여성을 설득해 조수석에 태웠고, 마른 수건을 꺼내 비에 흠뻑 젖어 눈물을 닦는 여성의 머리를 닦아 주었다.

가까운 경찰서로 향하는 차 안에서 천 씨는 여성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올해 25세인 여성은 일과 집안 문제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말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후 택시에서 내린 여성은 10위안을 내밀었다. 택시비이자 자신의 목숨에 대한 감사가 담긴 돈이었다. 한사코 받지 않으려는 천 씨였지만 여성은 돈을 택시 앞 좌석에 놓고 차 문을 닫았다.

그 날 오전 천 씨는 여성에게 문자를 보냈다.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힘을 내라는 그의 말에 “감사하다”는 따뜻한 인사가 돌아왔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감사 인사를 나눴다. 보도에 따르면 여성은 그 날 30분 이상 다리에 앉아 삶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으며, 천 씨가 택시를 세우고 아버지처럼 손을 잡아 준 것에 따뜻함과 감사를 느꼈다. ‘반드시 잘 살아갈 것’이라는 말도 전했다.

한편 천 씨는 이번 일로 소속 택시 회사로부터 표창과 보너스를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