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애틀 곡예비행 난동…게임으로 배웠다고? “믿을 수 없어”

ptk@donga.com2018-08-13 16: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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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워싱턴 주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에서 '호라이즌 에어' 여객기를 훔쳐 곡예비행을 하다 추락해 숨진 20대 남성이 어떻게 면허증도 없이 복잡한 항공기를 자유자재로 운전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사건 당시 목격자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포착된 리처드 러셀(29)의 곡예비행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상에서 러셀은 목격자들이 에어쇼를 하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아슬아슬한 묘기 비행을 감행했다. 그는 76인승의 Q400 기종 여객기를 뒤집기도 하고 360도 회전해 수면을 스치듯 비행하다 다시 급상승하는 등 믿을 수 없는 비행 기술을 보였다.

추락할 듯 하다가 다시 올라가는 비행기를 보던 목격자들은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홀리…”등의 소리를 지르며 가슴을 조였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항공기 조종 자격증도 없고 전문적 조종 교육을 받지도 않은 ‘호라이즌 에어'의 지상직 직원이라는 점이다. 그는 3년 반 정도 공항 활주로에서 비행기를 안내하고 항공기 견인차 운전이나 짐을 싣는 일 등을 해왔다.

교신 기록에서도 러셀이 비행기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이륙 후 어떻게 항공기 연료소비량을 확인하는지를 모르겠다고 했고,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러나 관제사들이 “여객기를 조종하는 일을 도와줄 수 있다”고하자 “많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전에도 비디오 게임을 해봤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비디오 게임이 단순 오락게임인지 모의비행장치 연습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호라이즌 에어 최고경영자 게리 벡은 러셀이 보여준 곡예비행에 대해 “믿을 수 없다”며 “민간 여객기는 복잡한 기계다. 경비행기처럼 조종하기 쉬운 게 아니다. 그가 어떻게 그런 비행을 해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러셀은 1시간 10분 가량 상공을 돌다 오후 8시47분께 공항에서 남쪽으로 48㎞ 떨어진 케트론섬 수풀에 비행기와 함께 추락해 숨졌다. 러셀 외에 다른 탑승자는 없었다.

조사당국은 러셀과 관제사 간의 교신 내용 등에 따라 ‘자살 비행’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동기와 추락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비행 기록을 복구하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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