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자 ‘자자’고 해” PD수첩, 김기덕 성추행 추가 폭로

cja0917@donga.com2018-08-08 10: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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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캡처 
MBC ‘PD수첩’이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에 이어 7일 ‘거장의 민낯, 그 후’ 편을 통해 김 감독의 성폭력 의혹을 또 다시 집중 조명했다.

‘PD수첩’은 지난 3월 김 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배우들의 구체적인 증언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방송에서는 김 감독이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현장에서 손찌검을 하고 베드신을 강요했다며 그를 고소한 여배우 A 씨의 증언이 공개됐다. A 씨는 대본 리딩을 할 때 김 감독이 다른 여성과 셋이서 함께 성관계를 맺자고 제안했는데 이를 거절하자 “나를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을 할 수 없다”며 전화로 해고 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부당 해고라고 항의한 A 씨는 촬영 현장에서 폭행 등 모욕적인 일을 겪고 영화를 그만둬야 했다고 주장했다.

여배우 B 씨는 김 감독의 영화에 캐스팅이 확실시됐지만 직접 만난 자리에서 입에 담지 못할 황당한 성적 이야기를 들었고,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자리를 뛰쳐나온 뒤 그길로 영화계를 떠났다고 했다.

20대 초반 첫 영화로 김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 C 씨는 캐스팅이 확정된 후 촬영 시작 전부터 김 감독에게 상습 성추행을 당했으며, 촬영 내내 성폭행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당시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는 대신 장문의 문자메시지로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김 감독은 “극단적인 생각만 듣고 너무 힘들다”며 “그럼에도 드리고 싶은 말은 미투 운동이 갈수록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을 기다리고, 또 사실 확인 없이 공개되어 진실이 가려지기 전에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그 후에는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내용은 자세히 모르지만 어떤 내용이든 지금 제가 드리는 세 가지 기준으로 해석해 주시면 어떨까”라며 “첫 번째, 저는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번째,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역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 이 점은 깊이 반성한다. 그러나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은 없다”며 “세 번째,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서로의 동의 하에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다. 이것 또한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한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이후 ‘PD수첩’ 제작진과 프로그램에 출연한 A 씨 등 여배우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고소장을 통해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중에게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PD수첩’ 내용과 같은 성폭행범은 결코 아니다”면서 “악의적인 허위 사실에 기반한 무고, 제보, 방송제작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PD수첩’ 측은 “법적 다툼을 예상하고 제작 과정에서 취득한 내용을 증거로 남겨놨다”고 받아쳤다.

이어 ‘PD수첩’ 측은 방송 약 5개월 후인 7일 후속편을 통해 해당 여배우들이 겪은 2차 피해와 함께 추가 피해자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김 감독은 해당 방송에 앞서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이날 ‘PD수첩’은 예정대로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C 씨는 김 감독에게 고소를 당한 뒤 발성 장애까지 와 그의 지인이 인터뷰에 응했다. 여배우 C 씨의 지인은 “그 친구는 방송 나간 뒤 ‘김기덕 감독도 이제 끝났네. 안됐다. 반성하며 살겠지’하고 내려놨다더라. 그런데 고소당하니까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지고 공황장애가 왔다”고 전했다.

C 씨의 지인인 톱 여배우 K 씨는 “굉장히 화가 났다. 손이 떨릴 만큼 화가 치밀더라. 그 여배우가 10년 이상 심리치료를 받고 정말 정신적으로 엄청난 것을 겪었다”고 분개했다.

이어 “이 친구가 배우의 꿈을 잃어버렸다 정도가 아니다. 내가 그때 왜 뿌리치지 못했을까. 이게 그냥 삶을 마비시키는 거다. 그러니까 다른 일을 못 하는 것”이라며 “김기덕 감독의 악명은 높았다. 자자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과 함께 영화 작업을 했다는 관계자와 여배우들의 추가 폭로도 이어졌다.

김 감독 영화에 분장스태프로 참여했다는 D 씨는 “휴식시간에 김 감독이 불러 달려갔더니 김 감독이 다짜고짜 ‘나랑 자자’고 했다”며 “거의 섹스파트너 이야기를 한 거다. ‘그런 거 안 좋아합니다’라고 이야기하니 좀 당황하더라. ‘내가 왜 사귀지도 않는 사람과 자냐’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기분이 더러웠다”고 말했다.

D 씨는 이어 “김 감독 현장에 갈 때는 각오를 하고 가든, 아니면 거지같이 하고 가든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여자 스태프끼리 했다”고 전했다.

여배우 E 씨는 “여배우를 소품으로도 안 보는구나 생각했다. 택시 기다리려고 벤치에 앉아있는데 김 감독이 반바지에 손을 넣었다”며 “김 감독 방식이 딱 그런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 스태프는 자신이 참여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김 감독의 성추행으로 신인 여배우가 잠적한 적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스태프는 “(김 감독이) 스커트 안쪽으로 손을 넣어 배를 주무르고 긴장을 풀라고 가슴 부위를 주무르는가 하면 자신을 남자친구처럼 생각하라며 강제키스까지 했다”며 “여배우가 잠적하자 잡아오라며 주소를 줬다”고 말했다.

‘PD수첩’ 측은 이메일로 김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김 감독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대신 김 감독은 “무엇을 방송하든 생각대로 의도대로 하면 되고, 그 방송 또한 제가 아는 사실과 다르면 소송을 추가로 해서 법적으로 밝히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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