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낳아야” 임신 강요한 남편 경찰에 신고한 여성

hwangjh@donga.com2018-08-03 13: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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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남편을 아내가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일어났다.

2일 중국 환구시보 온라인판은 지난달 27일 양저우 부유보건병원(妇幼保健医院) 샤오딩(小丁·27·가명)이라는 여성이 ‘남편이 내게 피임 장치를 떼라고 위협한다’며 경찰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사진=huanqiu.com
샤오딩은 이미 남편 장(张)모 씨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낳아 기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에게 아들이 있어야 하니 셋째를 낳으라고 요구했다. 매체는 이 과정에서 남편이 손찌검도 가했다고 전했다.

몇 년 전 첫째 딸을 낳은 뒤 시댁과 남편은 샤오딩에게 곧바로 둘째를 임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첫째 아이가 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둘 째를 임신한 후로는 병원에 가 성별을 확인하자며 꾸준히 아들 출산에 대한 부담감을 줬다. 하지만 둘째 역시 딸. 이후 샤오딩은 셋째 아이들 낳으라는 강요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샤오딩은 “셋째 아이는 갖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몰래 병원에서 피임 링 시술을 받았다. 또 딸을 낳는다면 자신은 여전히 남편에게 시달리게 될 것이고, 만약 아들이라면 두 딸이 가족들의 관심에서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진=huanqiu.com
그러던 27일, 남편 장 씨는 샤오딩이 피임 시술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를 병원으로 끌고 갔다. 피임 링 제거 수술을 받고 빨리 아들을 낳으라는 이유였다.

부부는 병원에서 실랑이를 벌였고 샤오딩은 결국 경찰까지 불렀다. 주변의 목격자들과 출동한 경찰 모두 두 사람을 말리려 노력했지만 다툼은 쉬이 끝나지 않았다. 상황이 해결된 건 부부의 사정을 파악한 경찰이 남편 장 씨의 행동이 잘못됐다며 질책을 한 이후였다.

중국에는 아직 남아 선호 사상이 남아있다. 유교적, 보수적 가치관과 2015년까지 존재했던 한 자녀 정책의 영향이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에는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 보다 3700만 명 더 많다”며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지적했다.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가문의 혈통을 잇겠다’는 명목으로 샤오딩의 사례처럼 아들 출산을 강요하거나, 입양, 심지어는 인신매매까지 이어진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중국 내에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번 샤오딩 사건과 관련해서도 현지 언론은 “임신과 양육은 여성의 의무가 아니다”라며 진보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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