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삶 모르는 트럼프 “마트서 장 볼 때 신분증 필요하듯…”

celsetta@donga.com2018-08-02 17: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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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GettyImagesBank
지난 2008년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버스요금 70원’ 발언으로 전국민의 비웃음을 산 적 있었죠. ‘서민을 위해 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치인이 대중교통 요금조차 정확히 모르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 했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평범한 국민들의 삶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 들통(?)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CNN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월 31일(이하 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공화당 후보 지원유세 도중 투표자 신분 확인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다 ‘실언’을 내뱉었습니다.

그는 “미국 선거에는 미국 시민권자만 참여해야 한다. 장 볼 때 사진이 들어간 신분증(photo ID)이 필요하듯이 투표할 때도 사진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CNN등 미국 언론들은 대통령이 서민의 일상생활에 전혀 관심이 없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술이나 담배 등 연령확인이 필요한 특정 상품을 살 때가 아니면 마트에서 신분증을 제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백악관 대변인 사라 샌더스는 “대통령은 식료품점에서 맥주나 와인 같은 주류를 사는 상황을 두고 말한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식료품점에서 술을 사 봤을 것이다. 만약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고도 술을 살 수 있다면 그건 그 상점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8월 1일 말했습니다

서민의 삶을 제대로 모른다며 빈축을 산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뿐만이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서민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또한 식료품점 이야기를 하다 손가락질 당한 적 있습니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후보 시절 아이오와 주 선거유세장에서 부시 정부 경제위기를 비판하며 “요즘 홀푸드마켓(유기농 마트 체인)에서 파는 아루굴라(루꼴라)가 정말 비싸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비싼 유기농 마트에서 아루굴라를 사먹는 것은 서민의 소비습관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게다가 당시 아이오와 주에는 홀푸드마켓이 없었습니다.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실수(?)에 미국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서민의 삶을 알려는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나 실언은 ‘높으신 분들’이 하고, 답답함은 국민의 몫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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