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발 총알세례…납치범 사살하려다 인질까지 죽인 美 경찰

celsetta@donga.com2018-08-01 16: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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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os Angeles Police Department
미국 로스엔젤레스(LA) 경찰이 흉기난동 범인에게 권총을 발사했다가 인질까지 사살한 사건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8월 1일(현지시간) LA경찰은 6월 16일 밴 누이스(Van Nuys) 교회 앞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현장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용의자 길예르모 페레즈(Guillermo Perez·32)가 전 여자친구를 칼로 찔렀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살상력 없는 빈백 샷건(beanbag shotgun)을 겨누며 “칼 내려놔”라고 경고했습니다.

용의자는 간이 의자로 빈백 탄환을 방어한 다음 근처에 있던 여성을 붙잡아 목에 칼을 들이댔습니다. 그러자 경찰 세 명은 용의자를 향해 일제히 권총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순식간에 총알 18발이 발사됐고 인질도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인질이 총에 맞을 우려가 있는데도 18발이나 무차별 총알세례를 퍼부은 건 과잉 대응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교회 사건 일주일 전 LA시내에 위치한 식료품점 트레이더 조(Trader Joe)에서도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마트 안에 고객 수십 명이 있는 상황에서 한 남성이 들이닥쳐 인질극을 벌이자 경찰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여러 발의 탄환을 발사해 용의자를 사살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마트 직원 멜리다 코라도(Melyda Corado)씨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고 말았습니다.

시민이 경찰의 총탄에 희생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자 ‘그렇게까지 총알을 많이 퍼부어야 했는가’, ‘인질을 구할 의지가 있긴 한 건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LA는 미국에서 공권력에 의한 시민 사망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주 중 하나입니다. 현지 주민들은 사고현장 인근에 꽃과 촛불을 가져다 놓으며 무고하게 희생당한 코라도 씨를 추모하고 있습니다.

LA경찰청장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는 “경찰이 살상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범죄자를 제지할 수 없고, 살상무기를 사용하면 근처에 있던 무고한 사람이 희생당할 우려가 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잃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청장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1년 간 총을 발사한 경찰 수가 늘어났고 경찰이 범죄자와 대치할 때 발사하는 총탄 개수도 많아졌다는 사실에 유감을 표한다. 2017년 한 해 동안 주민 17명이 경찰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 이것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라며 경찰 재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신분증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사살당할 수도 있을 정도로 공권력이 강력한 미국이지만 무고한 희생자가 속출하자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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