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시험관 아기’, 어느덧 마흔 살

celsetta@donga.com2018-07-27 1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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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7월 25일, 의료계 역사에 길이 기록될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세계 최초 체외수정(IVF)으로 태어난 루이즈 브라운(Louise Brown)이었습니다. 루이즈의 탄생 뒤 체외수정으로 태어나는 아기들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2018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0만 명이 체외수정으로 생명을 얻었습니다.

미국 매체 타임(TIME)은 마흔 살 생일을 맞은 루이즈 씨에게 세계 최초 ‘시험관 아기’ 꼬리표를 붙이고 살아 온 인생에 대해 물었습니다. 루이즈 씨는 “시험관 아기라고 해도 괜찮지만, 전 ‘체외수정(IVF·in vitro fertilization)’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해요. 왜냐면 저는 시험관이 아니라 큼직한 유리 단지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죠”라며 넉살 좋게 웃어 보였습니다.

루이즈 씨의 생명이 시작된 ‘유리 단지’는 지금도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병 속에서 수정된 배아는 데시케이터(밀봉 건조용기)에 옮겨진 뒤 루이즈 씨의 어머니인 레슬리 씨의 자궁 안으로 옮겨졌습니다.

9개월 뒤 아기 루이즈가 태어나자 전 세계 언론들이 영국 남서부 작은 마을인 올덤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당시 타임지는 ‘지난 2000년을 통틀어 인류가 가장 기다려 온 아기가 태어났다’고 표현했습니다.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루이즈 씨의 부모님을 ‘유명해지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이라며 비난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본인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대중의 관심 속에서 태어나 자란 장본인 루이즈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는 “부모님은 절 공개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이미 세계 최초 체외수정 소식이 알려진 상황에서 저를 숨겨 봤자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요? 왜 숨겨놓고 키우나요?’라는 호기심에 더욱 시달렸겠죠”라고 말했습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자손을 잉태했다며 브라운 부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부부의 집에 수천 통의 편지를 보내 ‘신의 뜻을 거스르다니 천벌 받을 것’, ‘아이에게 분명 뭔가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협박했습니다. 부부는 어린 루이즈가 이런 부정적 반응들을 접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주변을 관리하며 딸을 보호했습니다.

루이즈 씨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전 “힘든 일도 있었지만 체외수정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자손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라며 만족스러워 했다고 합니다. 첫 딸 루이즈를 낳고 4년 뒤 브라운 부부는 또 다시 체외수정으로 둘째 딸 나탈리(Natalie)를 얻었습니다.

세간의 관심 속에 태어나 자란 루이즈 씨는 사랑하는 남성과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동생 나탈리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까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루이즈 씨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몇 달 전 남편, 아이들과 함께 마트에 갔는데 뒤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아보니 아이 두 명을 데리고 있는 여성이었어요. 그 분은 제 어머니께 감사한다며 ‘루이즈 씨, 당신 가족이 아니었더라면 저도 이 아이들을 낳지 못했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벅찬 감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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