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폭염에도 ‘물통’ 금지하고 야외수업 시키는 日 학교

celsetta@donga.com2018-07-26 18: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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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특히 체력이 약한 고령자와 어린이들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한낮 최고기온이 40도 넘게 올라가는데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 물통 소지조차 금지하는 학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7월 17일에는 아이치 현 도요타 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남자아이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한낮에 곤충채집 야외학습을 나가야 한다며 아이들을 일제히 야외로 인솔했다가 벌어진 사고였습니다. 20일 일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재난상황에 가까운 폭염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 하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 졸이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딸이 가나가와 현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여성 A씨는 “아이 학교에서 ‘물병을 가지고 다니지 마라’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15분 동안 땡볕에서 무거운 책가방까지 짊어지고 걸어가는데 물을 마실 수 없는 거다”라며 답답해 했습니다. 아이에게 걸어 다니며 물 마셔도 된다고 설득했지만 순수한 어린아이는 ‘선생님 말씀’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수분공급에 좋은 이온음료 섭취마저도 금지하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고 ‘튀는’ 것을 경계하는 일본 사회에서는 일이나 공부 도중 맹물이나 차(茶)외에 다른 음료를 마시는 것은 성실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규칙들은 수업시간에도 적용됩니다. 수영 수업시간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거나 래쉬가드를 입는 것도 금지돼 있습니다. 도쿄에 거주하는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학교 측을 설득해 래쉬가드를 입혀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으나 아이가 ‘다른 애들은 다 학교 수영복을 입는데 나만 혼자 다른 옷 입으면 민망하다’며 거절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야외활동을 강요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학부모 C씨는 “맑은 날에 진행되는 야외수업이나 놀이시간에는 감기 환자가 아닌 이상 모두 참여해야 한다. 우리 아들도 ‘더워서 나가기 싫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선생님 눈 밖에 날까 봐 좀처럼 말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외에도 냉방 설비가 제대로 안 돼 있는 학교, 에어컨이 있어도 충분히 틀지 않는 학교 등이 많아 학부모들은 매일같이 걱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학부모와 학교가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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