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 당한 여성 사망…키르기스스탄 납치결혼 풍습 도마에

celsetta@donga.com2018-07-25 18: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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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에는 보쌈, 즉 ‘납치 결혼’ 풍습이 있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납치해 신부로 삼는 이 행위는 ‘전통’으로 받아들여지며 90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7년에는 보쌈당한 여성이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결국 행복하게 잘 산다는 내용의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고, 이 영화의 영향으로 보쌈이 시골지역뿐만 아니라 도시에까지 유행하게 됐습니다. 2007년 태어난 키르기스스탄 여아 다섯 명 중 한 명이 영화 주인공 이름을 따 ‘아세마’라는 이름을 갖게 됐을 정도입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보쌈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2018년에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말에는 수도 비슈케크에 살던 20세 여성이 마음에도 없는 남성에게 납치당해 결혼했다가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가해자는 29세 남성으로, 짝사랑하던 피해자를 보쌈했다가 피해자 가족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경찰서 조사실에 피해자와 단 둘이 남게 되자 가해 남성은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했습니다.

미국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 관계자 힐러리 마골리스 씨는 5월 31일 “사망한 여성은 의료계 경력을 쌓던 중이었고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젊고 유능하고 꿈 많은 여성의 인생이 전통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희생당했다”고 키르기스스탄 납치결혼을 비판했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약혼자 사이에서만 이벤트 식으로 보쌈을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납치는 여전히 횡행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연애와 결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금기시하고 순종·순결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납치당한 여성들은 체념하고 살거나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기도 합니다.

마골리스 씨는 “키르기스스탄 여성들은 매일같이 강제로 결혼 당할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결혼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죽음 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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