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어린이집 폭행으로 장이 끊어져 죽었습니다”

lastleast@donga.com2018-07-25 1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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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동두천시와 서울 강서구 어린이집에서 영·유아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난 2007년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23개월 된 남아가 사망한 이른바 ‘성민이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25일 ‘성민이 사건’에 대한 관심과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은 19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고 있는 상태다.

7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3개월 아기가 폭행에 장이 끊어져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울산 어린이집 성민이’라는 사건을 아주 예전에 뉴스에서 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 여러 아동 사망 사건을 계기로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라며 청원을 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청원인이 언급한 사건은 지난 2007년 5월 울산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23개월 된 이성민 군이 숨진 사건이다.

당시 사망한 성민이의 얼굴과 몸에는 멍과 손톱자국 등 학대로 의심되는 수많은 상처들이 발견됐다. 성민이를 부검한 부산대학교 법의학연구소가 밝힌 직접적 사인은 ‘외부충격에 의한 소장파열로 인한 복막염’이었다.

부검의는 “잘려진 장에서 나온 이물질로 인해 복강 내에서 염증이 진행, 나중에 패혈증으로 온 몸의 장기들이 기능을 잃어가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소견을 밝혔다.

당시 성민이의 사망과 관련 어린이집 원장 부부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성민이의 폭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성민이의 형(당시 6세)은 원장의 남편이 성민이의 두 팔을 잡고 양팔을 벌리게 한 뒤 복부를 찼고, 주먹으로 성민이의 머리와 양볼 등을 때렸다고 증언했다.

또 해당 어린이집 인근 주민은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심하게 울어대서 경기하는 줄 알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어린이집 원장과 그의 남편은 성민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재판에서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는 부검의와 법의학 박사들의 소견은 받아 들여 지지 않았고, 성민이 형의 진술도 증언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어린이집 원장 부부는 성민이가 피아노 위에서 놀다 떨어져 숨졌다고 주장했고, 당시 법원은 이를 받아 들여 검찰이 기소한 상해치사죄 대신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이들을 처벌했다.

이후 항소심에서 일부 학대를 인정해 원장에게 징역 1년6개월, 원장 남편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이후 원장은 약 1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조기 출소했다.

당시에도 부당한 판결이며, 적은 형량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컸지만 이 사건은 점차 잊혀졌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발생한 어린이집 영·유아 사망 사건으로 맘카페를 중심으로 이 사건은 다시 재조명됐다.

청원인은 “이미 너무나 오래 된 사건이라 재수사가 어려운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오늘 이 글을 쓰는 것은 아직도 계속 아이들이 학대와 사고로 죽어나가고 있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형량과 심지어 처벌을 받지도 않는 법들은 꼭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처벌 받은 사건을 다시 처벌받게 할 수는 없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나라의, 국민의 인식이 꼭 바뀌어야 하고 관련법을 꼭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모든 국민께서 꼭 기억해주시고 이 가엾은 생명을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의 간곡한 청원은 게재 3일 만인 7월 25일 오전 19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청와대는 30일 간 20만 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할 경우, 한 달 내 관련 수석비서관이나 정부 부처가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청원은 빠르면 이날 내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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