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에 미아 보살핀 남학생에 “신고하겠다” 적반하장 母

eunhyang@donga.com2018-07-24 17: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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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수원 익명 대신 말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길 잃은 자기 아이를 보살핀 학생을 되레 저격한 아이 엄마가 구설에 올랐다.

▼ A 씨 “길 잃은 내 아이 봐준 건 고맙지만…다른 꿍꿍이가 있던 것 같아”, “연락 안 하면 경찰에 신고할 것”

지난 22일 페이스 ‘수원 익명 대신 말해드립니다’에는 “20일 오후 3시쯤 동수원 **아파트 앞에서 저희 아이한테 사탕 먹이신 학생 분 찾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글을 쓴 A 씨는 “길 잃은 애 봐주신 건 고맙지만 왜 처음 보는 모르는 아이한테 부모도 옆에 없는데 사탕을 함부로 먹였나. 저희 애는 충치가 심해서 단 것을 먹이지 않는데, 이가 엄청 나빠져서 뭐 먹었냐고 물었다. 그 때 만난 오빠가 사탕을 사줬다더라”라며 “그 학생 분이 주신 사탕 때문에 애 이가 더 상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악의적으로 했다고 생각된다. 솔직히 말하면 어차피 거기 있을 애였는데 별 도움도 안됐다. 뭘 봐줬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냥 애 데리고 논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때 자기도 잘못을 안건지 모르겠지만 빠르게 달아나던데 안 나오면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니 얼른 연락 바란다. 고등학생·대학생 정도 되어 보이던데 여기 올리면 볼 것 같다”라며 “우리 애는 지적장애가 있다. 사탕도 사탕이지만 장애인인 걸 알고 고의적으로 접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제가 오자 길을 잃어 봐주고 있었다고 말을 하면서 급하게 도망쳤던 걸 봐서는 아무래도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거 같다”라고 주장했다.


▼ B 군 “땡볕에서 우는 아이, 그냥 지나칠 수 없어…탈진할까봐 물·젤리 사줘”

이에 누리꾼 B 군은 댓글로 “글 속 학생이 저인 것 같다”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해명했다. 그는 “제가 아이에게 사준 건 사탕이 아니라 젤리였다. 그 날 제가 편의점에서 나오던 중에 여자아이가 서럽게 울고 있는 것을 봤고 땡볕에서 우는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말을 걸었다”라며 “대화가 조금 힘들었지만 부모님을 잃어버렸다는 걸 알게 됐고 도와주고 싶었다. 부모님 성함과 연락처를 물어도 말없이 울기만해서 함부로 어딜 데려가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자리에서 기다렸다가 계속 나타나시지 않으시면 그 때 파출소에 가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B 군은 “제가 나쁜 의도로 아이에게 접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라며 “그 때 날씨가 너무 더워, 계속 우는 아이가 혹시 탈진이 날까봐 물이라도 먹이려 편의점에 들어가 물을 샀다. 계산중에 아이가 젤리를 집어 들었고 뭔가 먹으면 더 이상 울지 않고 진정할 수 있을 거 같아 사줬다. 물론 사전에 아이의 치아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죄송하다. 하지만 제가 고의적으로 아이에게 단 것을 먹이려한 건 아니라는 거다. 이것은 편의점 CCTV를 확인해보면 증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후 어머님께서 오셨고 그 때는 이미 아이가 젤리를 다 먹은 상황이었기에 별 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저도 약속시간에 많이 늦은 상태라서 인사만 드리고 바쁘게 자리를 떠났다”라며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갑자기 이런 글을 보게 되고 신고까지 하신다니 좀 당황스럽다. 더 자세한 것들은 따로 연락 주시면 말씀드리겠다”라고 부연했다.


▼ 쏟아지는 비난에 A 씨 입장 철회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

해당 게시물은 24일 오후 약 5시 기준, 1만2000여명의 관심을 얻었다. 많은 누리꾼은 입을 모아 A 씨를 비판했다.특히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며 이런 사람은 ‘맘충’으로 불러도 된다는 반응이 많다. 이들은 “마음 곱게 쓰시길. 그 업보 다 자식한테 간다는 말이 있다. 젤리 한 번에 이가 갑자기 많이 상하겠나”(yk****), “물속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까 짐 내놓으라는 격이라니”(pu****), “이 더운 날 아이 돌보고 물까지 사 먹여서 탈진 예방하고 먹고 싶은 것 사줬는데 백 번 천 번 고마운 거 아닌가”(ya****), “이래서 어려운 일 겪는 사람들을 보고도 모른 척 할 수밖에 없다. 좋은 일 해주고 욕먹기 싫다”(ㅎ****)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A 씨는 “먼저 학생이 아이를 봐준 건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애가 말을 잘 못해서 뭔 일 없었냐고 물어도 잘 모르겠다고 하고 그 이후로 행동이 좀 이상해져서 주의 깊게 살피다가 이가 더 안 좋아진 걸 알고선 계속 캐물어 학생이 단 걸 먹였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하도 급하게 가기에 죄지은 사람이 제 발 저리는 줄 알고 그렇게 생각해버렸다”라며 “제 섣부른 판단이었다. 신고하지 않을 테니 신경 안 써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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