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뷔통이 최초로 “흑인 디자이너” 발탁한 이유

phoebe@donga.com2018-07-13 15: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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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럭셔리 브랜드 왕국 루이뷔통에 새로운 남성 디자이너가 입성했습니다.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맨즈 아티스틱 디렉터(Men’s Artistic Director)에 발탁 돼 패션 업계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블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기 때문입니다. 루이뷔통 뿐만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에서 아시아계와 아프리카계 ‘유색인종’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거의 없습니다.

아블로와 그의 친구인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지난 6월 21일 열린 첫 패션쇼에서 눈물을 흘리며 포옹하는 모습은 “역사적 순간”처럼 화제가 됐습니다. 덩치 큰 두 남자는 어린아이처럼 말 그대로 “엉엉” 울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버질 아블로와 래퍼 카니예 웨스트

출처 : TOPIC / Splash News
눈물을 흘리는 버질 아블로와 래퍼 카니예 웨스트

출처 : TOPIC / Splash News
친구의 성공에 눈물을 흘리는 래퍼 카니예 웨스트와 아내 킴 카다시안 
‌출처 : TOPIC / Splash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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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블로는 1980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가나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는 디자인이 아닌 토목 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일리노이 공과 대학에서 건축학 석사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그는 클럽 DJ, 시카고의 콘셉트 스토어 RSVP 갤러리 등을 거쳐 2013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 화이트(OFF-WHITE)’를 설립해 소위 ‘대박’을 쳤습니다. 미국 유명 인사들이 대거 그의 브랜드를 입었고, 세계적으로 팬을 확보했습니다.

사실 패션업계처럼 백인들이 견고하게 성을 쌓은 세계도 흔치 않습니다. 유명 아시아계 패션 디자이너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입지전적인 큰 브랜드 디자이너는 ‘겐조’의 창시자 다키다 겐조(일본) 정도입니다. 럭셔리 브랜드 하마평에 오른 유색인종은 많았지만, 현실이 되진 않았습니다.

‘오프 화이트(OFF-WHITE)’ 시절 버질 아블로

출처 : TOPIC / Splash News
2018년에 와서야 아블로가 매우 높은 럭셔리 브랜드 문턱을 넘은 것입니다.

루이뷔통 같은 보수적인 이미지의 브랜드가 솔선해서 아프리카계 디자이너를 기용 한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일입니다. 물론 혁신과 파격을 원하는 루이뷔통 경영진의 판단 덕분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루이뷔통’이라는 관점에서도 아부로의 기용은 흥미롭습니다. 그는 럭셔리와는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바로 스트리트 컬쳐를 표현하는 데 장점이 있는데요. 

아부로는 보그 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브랜드 ‘오프 화이트’가 흑백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리트와 럭셔리의 하이브리드라는 것인데요.



2018년 6월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패션 위크 루이 비통 남성 패션 2019 봄/여름 쇼

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럭셔리는 고급스럽고 깨끗하고 잘 정돈된 의류와 액세서리를 적합한 시간과 장소에서 즐기는 이미지입니다. 반면 스포츠 웨어로 대변되는 스트리트는 터프하고 기능적이며 참신한 이미지입니다. 거리 패션과 럭셔리 장르를 융합하거나 분할해 새로운 시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것이 루이 비통에 입성한 그의 임무일 것입니다.



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성공한다면 고객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입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미래 고객은 현재의 청소년입니다. 본질적으로 아블로의 기용은 젊은 잠재 고객의 이해가 목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일각에서는 루이뷔통의 매출 구성에서 남성 부문은 여성의 10%도 못 미친다며 아블로의 기용이 큰일은 아니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대담한 이미지 쇄신에 도전하는 데 남성 패션 분야야말로 최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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