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혓바닥’에 15억 원짜리 보험을?… 우리가 몰랐던 직업

hwangjh@donga.com2018-07-10 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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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 전문가’가 새로운 인기 직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홍차의 나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영국의 이야기다. 

영국의 차 소비량은 연간 1123만 리터(2016년, 유로모니터 자료)로 세계 8위 수준이다. 차 마시는 시간을 의미하는 ‘티타임’이라는 단어도 영국에서 유래했다. 오전11시에 갖는 티타임 일레븐지스(Elevenses), 오후4~6시경 즐기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또는 로우 티(low tea), 오후5~7시 사이 저녁을 겸해서 갖는 하이 티(high tea) 등 티타임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만큼 차는 영국인들에게 친숙한 음료라는 의미다.

차를 많이 마시는 만큼 영국인들은 ‘어떤 차를 마시는가’에도 큰 관심을 갖는다. 때문에 차 전문가라는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코트라(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차 전문가들은 찻잎 경매(구매), 레서피 개발, 블렌딩한 맛의 유지와 개발 등을 담당한다. 현지에서는 티 테이스터(Tea Taster)나 티 블렌더(Tea Blender)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세바스티안 미켈리스. 사진=thehubagency 유튜브
영국 유명 차 브랜드 테틀리(Tetley)의 티 블렌더인 세바스티안 미켈리스(Sebastian Michaelis)의 경우에는 차를 블렌딩하는데 가장 중요한 ‘미각’에 회사 차원에서 100만 파운드(한화 약14억7900만 원)짜리 보험을 들기도 했다. 사람의 혓바닥에는 맛을 느끼는 부분인 ‘미뢰’가 1만여 개 정도 있는데 미켈리스의 경우에는 이 미뢰 하나당 100파운드의 가치를 갖는 셈이다.(미뢰: 맛을 느끼는 미세포가 분포되어 있는 곳)

Ringtons Tea의 티 블렌더 채용 공고. 사진=Ringtons Tea
차 전문가가 되는데 아주 대단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몇몇 기업의 티 블렌더 채용 공고에서도 ‘차를 좋아하거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해당 직업에 적합하다고 소개할 정도로 채용에 큰 제한이 있진 않다. 최근 들어서는 사립 교육기관이 설립돼 자격증을 발급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교육을 수료해야만 차 전문가가 될 수 잇는 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미켈리스 역시 과거 인터뷰에서 “차를 시음하는 게 직업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을 만큼 그 진입장벽은 높지 않다. 가디언지는 신입 티 테이스터의 초봉을 약 2만5000파운드 정도라고 보도했다.



대신 차 전문가들은 채용 이후 매일매일 수백 가지 종류의 티를 맛보며 찻잎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테틀리의 티 테이스터 자일스 오클리(Giles Oakley)는 “시음을 통해 찻잎의 원산지 및 배합을 맞출 수 있을 때까지 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미켈리스도 취직 후 첫 5년간은 매일 500~1000잔의 차를 마셨다고 했다. 차 전문가로 채용 되기 위해 전문적 능력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일단 차 전문가가 됐다면 그에 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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