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입 167만→6700만…‘뱀 농장’ 전파해 마을 일으킨 中 남성

celsetta@donga.com2018-07-09 15: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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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MP
마을 사람 대부분이 ‘뱀’ 키우는 중국 마을
중국 저장 성 지시차오 마을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동네이지만 수많은 뱀이 드글거리는 ‘뱀 마을’입니다. 이 곳 주민들은 타 지역 농민들에 비하면 ‘부자’라 불릴 만 합니다. 1980년대만 해도 동네 사람들의 평균 연수입은 1만 위안(약 167만 원)을 넘기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40만 위안(약 6700만 원)에 달할 정도가 됐습니다.

7월 8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뱀 농장으로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부자 동네가 된 지시차오를 소개했습니다.

뱀 농장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 팡 잉(30) 씨와 양 샤오샤(30) 씨는 뱀들을 맨손으로 태연하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보기만 해도 줄행랑 치고 말 법 한 뱀들 수백, 수천 마리가 자루에 담겨 있었습니다.

남편 팡 씨는 “이미 여러 번 뱀에 물려 봤기 때문에 (내성이 생겨) 괜찮다. 처음에는 뱀 키우기가 무섭고 징그러웠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아내 양 씨는 맨발로 바닥을 걸어 다니며 뱀이 담긴 자루에서 알을 꺼내 검사한 뒤 차곡차곡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양 씨는 “뱀들이 알을 낳으면 빨리 꺼내서 흙에 묻고 따뜻하게 해 주어야 한다. 안 그러면 알이 부화하지 못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뱀 사육으로 남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지시차오 사람들에게 처음 정보를 준 사람은 ‘뱀들의 왕’이라 불리는 양 홍창(67)씨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가난하게 지내던 시절인 1980년대부터 뱀 농장을 시작한 그는 현재 건강보조식품 제조회사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양 홍창 씨. 사진=SCMP
양 씨가 젊었을 적 마을 주변에는 뱀이 많았습니다. 인근에 강과 호수가 있어 뱀이 살기 좋은 환경이었던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뱀이 약이나 건강보조식품으로 쓰이기에 마을 사람들은 뱀을 잡아다 팔며 부수입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이 잡아들이자 점차 뱀 개체 수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뱀의 왕’ 양 씨는 ‘이렇게 잡다가는 뱀 씨가 마르겠다. 소나 돼지 키우듯 키워서 파는 건 어떨까’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가 ‘뱀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는 본인 스스로의 체험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온갖 약을 다써 보아도 낫지 않는 척추 질환으로 고생하던 양 씨는 “뱀을 한 번 먹어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양 씨는 “뱀은 한약재로도 사용된다. 3년 정도 뱀을 꾸준히 먹었더니 정말로 몸이 나았다”고 말했습니다.

뱀 양식을 시도한 첫 해인 1983년, 양 씨는 14만 위안(약 2300만 원)이라는 큰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마을 주민 평균 연수입이 1만 위안에도 미치지 못 하던 시절 양 씨가 벌어들인 돈은 대성공이라 할 만 한 것이었습니다. 양 씨는 순식간에 마을 유명인사로 떠올랐습니다. 그를 따라 뱀농장을 짓겠다는 주민이 속출했고 오늘날까지도 뱀 사육은 지시차오 마을의 주요 수입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뱀이 낳은 알을 검사하는 모습. 사진=SCMP
마을이 뱀 덕에 잘 살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도중에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1990년대에 농장 일을 도와 주던 남성이 독사에 물린 뒤 병원에 가지 않고 약초를 써서 임의로 응급처치를 하려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고를 보며 자란 젊은 세대들은 부모님의 뱀 농장을 이어받기보다는 도시로 나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평상시에는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농장 일이 가장 바쁜 4월에서 8월(뱀 산란기~성장기) 사이 고향으로 돌아와 일을 돕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뱀이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뱀 농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잘 살지도 못 했을 것이며 자식들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양 씨는 “뱀과 뱀독은 한의학에서 약재로 쓰인다.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미국, 유럽지역에도 우리가 키운 뱀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을에 ‘뱀 전시관’까지 세운 양 씨의 다음 목표는 뱀을 테마로 한 테마파크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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