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운전하지 마” 사우디 男, 여성운전자 차에 불 질러

celsetta@donga.com2018-07-06 15: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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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kaz(okaz.com.sa)
여성이 운전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사우디아라비아 남성들이 여성 운전자의 차를 불태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운전대를 잡을 수 없었던 나라인 사우디는 지난 6월 24일부터 왕명으로 여성 운전을 허용했으나 일부 보수주의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인디펜던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차량훼손 사건은 사우디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지역인 마카(Makkah)에서 일어났다.

차주 살마 알 셰리프(Salma Al Sherif/31)씨는 “내가 직접 차를 모는 걸 보자 동네 젊은 남자들 몇 명이 욕설을 퍼부었다. 그들은 ‘여자가 운전하는 건 신의 뜻에 어긋난다’며 당장 운전을 그만두라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살마 씨가 자신들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차를 몰자 분노한 남성들은 7월 2일 살마 씨 집 앞으로 몰려와 차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살마 씨는 현지 매체 오카즈(Okaz)에 “운전면허 따는 데 월급의 절반을 썼다. 출퇴근하고 부모님 편히 모시려 큰 맘 먹고 차를 샀는데 운전 첫 날부터 남자들에게 모욕당하고 차까지 불태워졌다”고 호소했다.

살마 씨의 딱한 사정과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마카 시의회 부의장 파하드 알 루치(Fahad Al Ruqi)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지자체 차원에서 살마 씨가 탈 수 있는 새 차를 보상해 줄 예정”이라 밝혔다.

오랫동안 여성들의 발을 묶어 왔던 운전 금지령이 폐지됐지만 사우디 여성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여전히 한정돼 있다. 사우디 여성이 직업을 갖거나 응급시 수술을 받으려면 남성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공공 수영장 이용은 물론 옷을 살 때 탈의실에서 입어보는 것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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