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수사·재판 기록 보니…“나는 술집여자보다 못한 사람”

cja0917@donga.com2018-07-06 09: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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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배우 고(故) 장자연 씨가 생전 전 총괄매니저였던 유모 씨(38)에게 “나는 술집 여자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토로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일보는 7월 6일자에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뤄진 장 씨 사건과 관련한 수사와 관련자들이 각종 소송전을 거치면서 작성된 총 5048쪽의 장자연 사건 수사·재판 기록을 전수 분석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해당 매체가 2010년 9월 10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공판 조서를 재구성했다는 내용에 따르면, 장 씨는 2009년 2월 28일 전 매니저 유 씨가 차린 기획사를 찾아가 소속사 대표 김모 씨(49)의 술접대 강요로 힘들다며 눈물을 쏟았다. 유 씨는 “자연이가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하루에 손님을 몇 명을 받아’라고 물어보길래 ‘장사가 잘되면 많이 받겠지만 하루에 2, 3명쯤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라며 “그러자 자연이가 ‘그럼 나는 술집 여자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매체는 해당 기록들을 분석한 결과 장 씨가 2007년 소속사와 계약 후 최소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술접대에 불려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김 대표는 다른 연기자들에 비해 유독 장 씨에게만 오랜 시간 술자리에 머물게 했다고.

같은 소속사 후배 연기지망생으로 장 씨와 친분이 두터웠다는 윤모 씨(31)는 “장자연과 같이 술자리에 나가면 내가 먼저 집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다음날 몇 시에 집에 들어갔냐고 (자연 언니에게) 물어보면 몇 시에 갔다고 답은 잘 안 했지만 싫은 표정을 지었다”고 2009년 3월 15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진술했다.

윤 씨는 김 대표의 연락을 받고 장 씨와 술 접대에 참석한 것이 약 40차례라며 “김 대표는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자연이 언니 가슴을 손으로 주무르면서 만졌으며 자연 언니가 ‘왜 그러세요’라고 말하면서 손을 치우도록 했고, 그런 일은 자주 있었다”고 했다. 또 “김 대표 생일에는 술 테이블에 자연이 언니가 올라가서 춤출 때 앉아있던 김 대표와 손님들이 자연이 언니 치마 속 팬티를 보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손님 중에는 테이블에서 자연이 언니 손목을 잡아당겨 자기 무릎에 앉히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만지고 겉으로 가슴을 만졌을 때 자연이 언니가 하지 말라고 해 자리로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장 씨의 또 다른 지인에 따르면, 김 대표는 장 씨가 술접대 지시에 안 따르면 보복성 처분을 했다고 한다. 태국에 골프를 치러 오라는 요구를 스케줄 문제로 거부하자 장 씨의 이동용 승합차를 촬영 하루 전 처분했다는 것. 이에 김 씨는 보복성 처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는 장 씨가 자신에게 부모가 없어 보호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술접대 강요가 집중된다고 여기며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장 씨의 전 로드매니저가 2009년 3월 23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한 증언에 따르면, 장 씨는 2008년 10월 28일 술접대에 다녀온 후 “어머니 제삿날인데도 술자리에 갔다”라며 차 안에서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그날 술자리에 들어갔던 여성 접대부도 “당시 장자연이 같은 술집 접대부인 줄 알았다”고 진술할 정도였다고.

또한 전 매니저 유 씨에 따르면, 장 씨는 김 대표의 사생활을 다른 직원에게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김 대표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김 대표의 폭력성이 업계에서 소문이 나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상해와 폭력 혐의 등으로 벌금형을 일곱 차례 받은 바 있다.

장 씨의 지인 이 씨는 2009년 3월 31일 분당경찰서 조사에서 장 씨가 평소 신경정신과를 방문하는 등 사망 1년 전부터 우울증 약을 꾸준히 복용했으며, 사망(2009년 3월 7일) 이틀 전부터는 사흘에 걸쳐 저녁에 먹어야 할 약 8일분을 몰아서 먹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장 씨는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 로드매니저 김 씨에 따르면, 김 대표 등 기획사 관계자 누구도 장 씨의 빈소를 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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