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당하던 16세 소녀, 바이커 ‘127명’과 함께 학교파티 등장

celsetta@donga.com2018-07-03 13: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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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때부터 따돌림으로 고통 받던 열여섯 살 소녀가 든든한 ‘보디가드’들과 함께 학교 파티장에 도착하며 주인공으로 떠올랐습니다. 무려 127명이나 되는 바이커들이 소녀의 언니·오빠를 자처하며 굉음과 함께 나타나자 소녀를 따돌리던 학생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날의 주인공은 영국 더럼에 사는 고등학생 클로이 롭슨(Chloe Robson)이었습니다. 미러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클로이 양은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계속 주변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왔다고 합니다.

한 번 시작된 왕따는 학년이 바뀌고 학교가 바뀌어도 따라왔습니다. 가해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클로이를 밀치고 쓰레기를 던졌습니다. 다행히 클로이를 지지해 주는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이 있었지만 왕따 가해자들은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마주치는 가해자들의 비웃음도 괴로웠지만 클로이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온라인 괴롭힘이었습니다. 가해자들은 페이스북으로 나쁜 소문을 퍼뜨리며 따돌림을 부추겼고 한밤중에도 ‘네가 오늘밤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어’같은 욕설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 파티(Prom Party)에 참가하게 됐지만 설레기보다는 비참함이 앞섰습니다. 파티장에 입장할 때 가해 학생들이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쓰레기를 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한 번 떨어진 자신감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힘들어하는 클로이를 본 삼촌 그랜트(Grant Robson·42)씨는 사랑하는 조카에게 무언가 해 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랜트 씨는 자신이 소속된 비영리단체 ‘왕따에 맞서는 바이커들(Bikers Against Bullies·약칭 BAB)’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 단체는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사람들이 왕따 당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만든 것으로, 도움요청을 받으면 수십 명이 바이크를 몰고 ‘출동’해 학생의 등교길을 함께하며 기를 세워줍니다. 왕따 가해자와 방관자들에게 ‘우리가 이 아이와 함께한다. 함부로 대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입니다.



그랜트 씨의 SOS신호를 받은 BAB 바이커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클로이네 학교 파티장에 출동할 수 있는 바이커들을 빠르게 수소문해 ‘작전’을 실행했습니다.

파티 당일 클로이는 6월 29일 멋진 리무진을 타고 그랜트 삼촌을 포함한 바이커 127명의 호위를 받으며 파티장인 럼리 성(Lumley Castle)에 나타났습니다. 그 동안 가해 학생들의 그림자만 봐도 움츠리고 구석으로 숨던 클로이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클로이는 여왕처럼 당당하게 차에서 내려 레드카펫을 밟았고 그 누구도 클로이를 조롱하지 못 했습니다.

그랜트 씨는 “BAB 구성원들 중 상당수는 학교나 직장에서 직접 왕따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죠”라고 말했습니다.

든든한 보디가드들 덕에 용기를 얻은 클로이는 자신의 사진 재능을 살려 ‘왕따에 맞서는 바이커들’ 운영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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