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때문에 비행기 탑승 거절당한 러시아 男, 한 달 뒤 사망

celsetta@donga.com2018-06-29 16: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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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비상착륙시킬 정도로 지독한 체취를 풍기던 50대 러시아 남성이 6월 2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뉴스위크(Newsweek)등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안드레이 수칠린(Andrey Suchilin·58)씨는 락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던 음악가였습니다. 그는 지난 5월 29일 스페인에서 네덜란드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포르투갈 공항에 중도하차해야 했습니다. 몸에서 참기 힘들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나 다른 승객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기 때문입니다.

안드레이 씨 몸에서 나던 냄새는 일반적인 체취 수준이 아니라 비행기 내부 전체에 진동할 정도로 강했습니다. 승객들은 ‘썩은 냄새 때문에 토할 것 같다’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졸지에 ‘더러운 사람’ 취급 받은 안드레아 씨였으나, 지독한 몸 냄새의 원인은 위생 불량이 아니라 병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내던 도중 자기 몸에 조직 괴사(necrosis)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괴사증은 몸의 조직이 산소 결핍으로 사멸하는 병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외상이나 감염, 동상, 혈전증(혈관 속에 피가 덩어리져 굳는 증상)에 매우 취약해집니다.

괴사증으로 인해 감염이 일어난 부위는 조기에 발견해 잘라내야만 치료할 수 있으나 불행히도 안드레이 씨는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내 리디아 씨는 건강보험이 만료된 남편의 치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친 안드레이 씨는 6월 2일 염증이 심장과 폐까지 번져 혼수 상태에 빠졌고 얼마 뒤인 25일 숨을 거두었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인 5월 30일 안드레아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건강보험이 만료돼서 곤란을 겪고 있다”며 “병 탓에 지독한 냄새를 풍겨 ‘안 씻는 사람’으로 오해 받는 이 상황이 슬프고 황당할 따름이다. 스페인 의사들은 날 진찰하더니 ‘해변에서 놀다 다친 평범한 상처’라고 말했다”는 글을 남겨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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