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간 무인도서 살던 日 노인, 문명사회로 ‘강제 귀환’

celsetta@donga.com2018-06-28 17: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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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현 무인도에서 29년 동안 홀로 지낸 80대 노인이 근 30년 만에 문명사회로 돌아갔습니다.

나가사키 마사후미(82)씨는 폭 1km 남짓한 작은 무인도에서 문명과 단절된 채 살아왔습니다. 그가 살던 ‘소토바나리 섬’은 일본 영토인 오키나와 현 나하에서 남서쪽으로 약 420km 떨어진 곳으로, 일본보다 대만에 더 가까이 있습니다.

나가사키 씨는 왜 이런 섬에서 살게 된 걸까요. 스페인 탐험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알바로 체레조 씨는 소토바나리 섬을 직접 찾아가 닷새 간 나가사키 씨와 숙식을 함께 하며 그의 일상을 촬영했습니다.

나가사키 씨는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장갑과 신발을 착용했을 뿐 속옷조차 걸치지 않은 나체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섬에 들어오기 전 사진가로 활동했으며 아내와 아이 두 명과 함께 살았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섬으로 들어간 나가사키 씨를 위해 종종 돈을 보내주었습니다. 노인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가 물과 식량을 사 올 때만 상하의를 대강 걸친다”며 “나밖에 없는 이 곳에선 나체로 돌아다니는 게 자연스럽다. 알몸이 곧 유니폼”이라 말했습니다.

비록 옷은 걸치지 않았지만 나가사키 씨는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섬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섬 양쪽 끝에 ‘자연 화장실’을 마련해 두었으며 잠자리도 깨끗하게 관리했습니다. 돌 벽에 5일 단위로 날짜를 표시하며 세월의 흐름도 파악했습니다.

나가사키 씨의 존재는 2012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그는 “나는 ‘죽을 자리’를 찾아서 여기로 왔다”고 말했습니다. 병원 침대에서 죽는 것보다는 대자연에 둘러싸여 숨을 거두는 게 더 멋지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로이터와 인터뷰 당시 76세였던 그는 “사회가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자연의 법칙만 따른다. 인간은 자연에 대항해 이길 수 없으며 그저 복종할 뿐”이라 말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인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고 싶다던 나가사키 씨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4월 한 목격자가 감기로 기운이 없던 나가사키 씨를 발견하고 “쇠약한 노인이 벌거벗은 채 섬에서 살고 있다. 많이 아픈 것 같다”고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데리러 온 경찰들에 저항할 기력조차 없던 나가사키 씨는 얌전히 육지로 돌아가는 배에 올랐습니다. 현재 그는 오키나와 현 이시가키 시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몸 상태는 좋아졌지만 나가사키 씨가 다시 섬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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