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도자에 "빨리 뛰어" 부추긴 사람들...여성 결국 사망

celsetta@donga.com2018-06-27 15:37:15
공유하기 닫기
사진=SCMP
어쩌면 악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건물 8층 난간에 위태위태하게 앉아 있는 자살 시도자를 향해 ‘빨리 뛰어내리라’고 부추긴 구경꾼 두 명이 붙잡혔습니다.

6월 26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20일 간수 성 칭양 시 한 쇼핑센터 8층 창밖에 매달려 있던 여성 리(Li·19)씨가 경찰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투신해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시민들이 모여들어 일촉즉발의 상황에 가슴을 졸이고 있었습니다.

군중 가운데는 “뛰어내리지도 못 할 거면서 뭐 하러 올라갔냐”, “하나, 둘, 셋, 점프!”, “당신 때문에 교통이 마비된다. 빨리 해라”, “1시부터 저기서 뛰어내린다고 협박하더니 지금 벌써 6시다. 겁쟁이!”라며 여성을 부추기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소방관의 손을 잡고 있던 여성이 끝내 밑으로 떨어지자 박수치며 환호성 지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냉혈한들의 목소리는 주변 시민들이 찍은 영상에 고스란히 녹음됐습니다.

칭양 경찰서장 카오 화이유 씨는 리 씨를 자극하고 부추긴 이들 중 두 명을 붙잡았다고 6월 25일 발표했습니다. 경찰은 녹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또 다른 선동자 여섯 명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중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타깝게 숨진 리 씨는 2016년 성추행 피해를 입고 큰 고통을 겪어 왔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학교 교사였던 가해자 우(Wu)씨는 리 씨의 이마와 볼 등에 강제로 입 맞추며 추행했으나 고작 10일 간 정직 처분으로 끝났습니다.

리 씨의 아버지는 ECNS와의 인터뷰에서 “딸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이전에도 네 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다. 학교 측은 보상금 35만 위안(약 6000만 원)을 제시하며 합의하자고 했으나 우리 가족은 거절했다”며 슬퍼했습니다.

리 씨의 죽음은 그의 손을 끝까지 잡고 있었던 소방관 쑤 지웨이 씨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쑤 씨는 “리 씨가 이전에 자살 시도를 했을 때도 내가 구해냈다. 이번에도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 했습니다.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