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킬링필드에서도 살아남은 남성, 미국서 총 맞고…

celsetta@donga.com2018-06-22 15: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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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악의 대량학살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캄보디아 ‘킬링필드’에서도 살아남은 남성이 자유의 나라 미국 도심에서 총을 맞아 중상을 입었습니다.

킬링필드는 1975년 정권을 잡은 캄보디아 공산주의 무장단체 ‘크메르루주’가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분 하에 무고한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한 사건입니다. 크메르루주가 집권한 1975년부터 1979년 사이 목숨을 잃은 이들은 200만 여 명으로 캄보디아 전체 국민의 1/4에 달했습니다. 정권 지도자 폴 포트는 도시에 살던 사람들의 직업을 빼앗고 농촌으로 강제 이주시켰으며 화폐, 사유재산, 종교를 모두 금지했습니다. 지식인과 부유층 등 조금이라도 ‘사상’이 의심되는 이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조건 살해당했습니다.

50세 남성 마이크 포엉(Mike Poeng)씨는 크메르루주 정권이 횡포를 부릴 당시 어린 아이였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과 이웃들이 누명을 쓰고 살해당하는 것을 보며 그는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독재자의 위협 말고도 식량부족, 질병, 치안악화로 인한 살인사건 등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끝이 없었습니다. 매일매일이 죽음과의 사투였습니다.

어린 시절 마이크 씨
사방이 죽음이었던 곳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마이크 씨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 필라델피아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자유와 평화의 나라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새로운 삶을 꾸려가겠다는 그의 희망은 갑작스러운 총격으로 깨지고 말았습니다.

마이크 씨는 5월 5일 낮 1시 30분경 자신의 가게 앞에서 자동차를 세차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흑인 남성에게 총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가해자는 AK-47 라이플 총을 들고 다가와 마이크 씨를 밀치며 가게 안으로 밀어 넣고 강도를 저지르려 했습니다. 마이크 씨가 저항하자 가해자는 들고 있던 총으로 마이크 씨를 쏜 뒤 달아났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마이크 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매우 큰 부상을 입어 위독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필라델피아 경찰은 가해자가 인근 주민일 것으로 보고 수사 중입니다.

마이크 씨의 형 타이(Thai)씨는 CCTV영상 속 가해자가 들고 있는 총이 어린 시절 고국에서 본 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CBS방송에 “저 총을 보니 잊고 싶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국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나던 그 때 동생은 7살이었고 저는 13살이었습니다. 총 든 군인들이 집에 들이닥치더니 우리 가족을 강제로 내쫓았습니다. 그 때부터 우리 가족은 이를 악물고 살아남는 것만 생각해야 했죠. 그런 끔찍한 일은 이 세상 누구도 또 다시 겪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해외 네티즌들은 “킬링필드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 선진국이라는 미국에 와서 이런 일을 겪다니”, “총기소유 규제가 필요하다”, “범인을 꼭 잡았으면 좋겠다. 피해자도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길”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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