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물체만 볼 수 있다는 특이한 맹인 여인

phoebe@donga.com2018-06-18 07: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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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여성 밀레나 캐닝(Milena Canning‧48)은 30년 전, 호흡기 감염과 뇌졸중으로 고통받았고, 이로 인해 8주 동안 혼수상태에 있었습니다. 마침내 깨어났지만, 캐닝은 앞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처음에 캐닝은 어둠만 보았지만, 어느 날부터 밝은 녹색 빛이 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캐나다 런던시의 웨스턴 대학 연구팀이 6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그것은 마치 “반짝이는 선물 가방” 같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캐닝은 움직이는 다른 물체들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캐닝이 딸과 함께 걸을 때 딸의 얼굴은 안 보이지만 딸의 양 갈래 묶은 머리가 살짝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거나 ▲유리창은 안 보이지만, 창문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보인다거나 ▲욕조는 안 보이나, 배수구를 따라 소용돌이 치며 내려가는 물은 보이는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혼란스러웠던 캐닝은 해답을 찾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갔습니다. 결국 웨스턴 대학의 두뇌와 정신 연구소의 신경 심리학자인 조디 컬햄(Jody Culham)을 만났습니다.

컬햄과 연구팀은 캐닝의 뇌를 MRI로 스캔했고, 몇 가지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발견했습니다. 후두엽 손상으로 인한 리도크 신드롬(Riddoch syndrome)이었습니다.



웨스턴 대학 연구팀
컬햄 교수는 “캐닝은 뇌 뒤에서 시력을 조절하는 사과 크기 정도의 뇌 조직 조각을 잃었다. 시각 시스템의 ‘초고속 도로’가 막힌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전체 시각 시스템을 닫기 보다는 초고속을 우회하여 뇌의 다른 부분, 특히 동작을 감지하는 ‘뒷길’을 개발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캐닝의 뇌는 손상된 경로를 피해 파격적인 우회로를 취한 것입니다.

연구 결과는 지난 5월 신경심리학회지(Neuropsychologia)에 실렸습니다. 웨스턴 대학에 따르면, 리도크 신드롬은 몇 년 동안 수수의 사례만이 보고되었으며, 이처럼 풍부하게 한 환자를 연구한 사례는 없다고 합니다.

컬햄 교수는 “캐닝은 움직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매우 깊은 시력 회복을 보여주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뇌 활동의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 지속해서 관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캐닝은 “내가 예전에 보던 것처럼 보통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볼 수는 없다. 내가 보고 있는 것들은 정말 이상하다.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고, 내 두뇌는 뭔가를 바꾸거나, 다른 경로를 개발하려고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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