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거짓말이었다! 보고서 나와

phoebe@donga.com2018-06-15 14: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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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촬영 영상. 출처=Philip Zimbardo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심리학 연구 중 하나인 ‘스탠퍼드 감옥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이 거짓말에 근거한 가짜 실험이었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습니다.

벤 블룸(Ben Blum) 박사는 최근 미디엄에 발표한 ‘거짓말의 수명’이라는 보고서에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을 주도한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 박사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내도록 참가자들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룸 박사는 ‘레인저 게임’의 저자이자 AI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입니다. 

1971년 사회심리학자인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교수는 중산층 대학생 24명에게 임의로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배정해 2주 동안 대학 건물 지하에 있는 가짜 교도소에서 지내게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맡은 역할에 몰입했고 교도관 역 학생들은 죄수 역 학생들에게 갈수록 악랄하게 굴며 가혹행위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결국 2주로 예정된 실험은 불과 6일 만에 끝났습니다.

이 실험은 인간 본성에 대한 냉소적인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권위를 남용하고, 무력한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권위에 복종하거나 심지어 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후 이 실험은 책, TV쇼, 드라마, 영화의 소재가 됐습니다.

블룸 박사는 짐바르도 교수의 미공개 녹음과 실험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교도관들이 잔인하게 된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수감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실제로 교도관이 자신을 해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실험을 즐겼습니다.

죄수 역할을 한 더글러스 코르피(Douglas Korpi) 씨는 “아무런 반향이 없었다. 우린 교도관이 우릴 해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백인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매우 안전한 상황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험 중 녹화된 영상 클립에서 코르피는 어두운 옷장에 가둬진 채로 등장합니다. 얇은 흰색 작업복만 걸친 채로 말이죠.

그는 미친 사람처럼 “내 말은, 오 예수님. 안에서 불타고 있어! 당신 몰라? 나는 나가고 싶어! 이것은 모두 망할! 하룻밤도 더는 참을 수 없어!”라고 소리 지르며 문을 맹렬하게 칩니다. 이 실험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결정적 순간입니다.

그런데 코르피가 이제 모든 것이 가짜임을 인정했습니다.

코르피는 “임상가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테이프를 듣는다면 미묘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연기에 능숙하지 않아요. 내 말은, 내가 꽤 잘했지만, 정신병자라기보다는 히스테릭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영화 ‘스탠포드 프리즌 엑스페리먼트’(2015)
코르피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가 짐바르도 교수를 고소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혹스러워요. 우린 뭔가 해야만 했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교도관 역할을 했던 남자는 블럼 박사에게 재미로 가학적인 척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브 에쉘만(Dave Eshelman)은 “저는 그걸 일종의 즉흥 연기로 생각했습니다”라며 “저는 연구원들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는 비열한 교도관이라는 인물을 창조해 다른 이들보다 더 잘하겠다고 각오했어요. 결코 남부에 가본 적이 없지만, 남부 억양을 사용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에쉘만은 죄수들을 학대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블룸 박사에게 전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짐바르도 교수와 연구원들은 찬성하는 듯 보였다고 합니다. 실험이 끝난 후, 짐바르도 교수는 그를 찾아가 감사했다고 합니다.

예쉘만은 “학교 복도를 걸어가면서 내가 한 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알려 주었습니다. 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믿었고, 뭔가 좋은 성취를 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짐바르도 교수 역시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을 인정했는데, 이는 그가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스탠퍼드 대학 기록 보관소에서 발견된 기록지에 따르면, 짐바르도 교수는 교도관 역할을 하는 학생들에게 죄수를 막대하도록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짐바르도 교수는 이 모든 행동은 학생들 간의 유기적인 작용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오랫동안 논란이 대상이 됐습니다. 주류 학술지에 실리거나, 동료 학자의 평가는 없었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널리 가르치고 있죠.

블럼 박사는 이제는 이 가짜 실험을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의 시미네 바지르(Simine Vazire) 심리학 교수는 “심리학자들 : 제발 이 걸 읽어 주세요. 우린 이 실험을 찬양하는 걸 멈춰야 합니다. 과학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교과서에서 그걸 꺼내버리세요”라고 트위터에 썼습니다. 그는 “이것은 또한 많은 측면에서 무책임합니다. 저는 제 분야에서 이 일은, 그리고 짐바르도를 영웅으로 취급한 것이 부끄럽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회심리학자인 뉴욕 대학교의 제이 벤 바벨(Jay Van Bavel) 교수는 트위터에 “결론은 순응이 자연스럽지도, 맹목적이지도, 불가피하지도 않다는 것”이라며 “짐바르도는 이에 대해 심각하게 잘못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거짓말을 받아들이도록 오도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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