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세’ 세계 최고령 할머니 ”너무 오래 사는 건 형벌”

celsetta@donga.com2018-06-07 17: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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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령자로 알려진 러시아 여성 코쿠 이스탐불로바(Koku Istambulova)’씨가 6월 1일 129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장수를 누리며 자손들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지만 코쿠 할머니는 “오래 사는 건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라고 말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할머니는 러시아 남서부 체첸의 작은 마을에서 손주 6명, 증손주 16명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남들은 오래 살려고 건강식을 찾아 다니고 매일 운동을 한다던데 난 그렇게 살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사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오래 사는 건 그저 신의 뜻일 거라고 말했습니다.

1889년 6월 1일 태어난 코쿠 할머니는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할머니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 이미 55세였으며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질 때는 102세였습니다.

진시황은 장수를 누리려 천하의 명약을 찾아 헤맸다는데, 코쿠 할머니는 왜 장수를 ‘원치 않은 형벌’이라 여기는 걸까요. 할머니는 체첸 지역을 휩쓴 전쟁의 포화로 딸 한 명을 제외한 자녀들을 모두 잃었으며 겨우 살아남은 딸마저 2013년 어머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이후 할머니는 시력을 잃고 손주와 증손주들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습니다.

손녀 아즈마(Azma)씨는 채식 위주의 식단과 노동을 할머니의 장수 비결로 꼽았습니다. 가족들에 따르면 할머니는 아주 오랫동안 육식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한평생 매일 부지런하게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자손들은 할머니를 사랑하고 지극히 모시고 있지만 정작 코쿠 할머니 본인은 너무나도 힘겨운 인생을 살았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할머니는 “젊었을 때 세상을 떠났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까지 살고 있다. 평생 힘들게 일했고 휴식이나 오락을 누린 적이 없다. 내 삶을 되돌아 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들로 가득하다”고 덤덤하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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