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조력자살’ 도운 남편 “비난받을 것 알았지만…”

celsetta@donga.com2018-06-04 1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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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aily Mirror
폐 질환으로 고통받던 헬렌 존슨(Helen Johnson)씨는 2015년 스위스의 안락사 지원 단체 디그니타스(Dignitas)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고통이 덜 하고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때 자기 손으로 죽음을 선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헬렌 씨의 마지막 순간에는 33년 동안 동고동락한 파트너 제임스 하울리(James Howley·57)씨가 곁에 있었습니다.

평생 사랑한 여인이 스스로의 선택 하에 세상을 떠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제임스 씨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귀국 후 ‘자살을 도왔다’는 비난에 시달리며 6개월 동안 경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으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습니다.

생전에 대학 강사로 일하던 헬렌 씨는 2004년 폐 질환을 진단받았습니다. 2009년에는 일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고, 숨쉬는 매 순간 고통을 겪던 그는 2015년 스위스로 향했습니다. 연인이자 같은 강사였던 제임스 씨는 사랑하는 여인이 ‘죽는 게 낫겟다’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무어라 해 줄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헬렌은 ‘죽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에요. 어떻게 죽을지가 걱정될 뿐이에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헬렌은 완벽히 제정신인 상태에서 모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임스 씨는 최근 영국 미러(Mirror)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슬픔을 회고했습니다.

제임스 씨는 디그니타스와 연락을 취하고 비용을 준비하는 등 모든 과정에 관여하며 헬렌 씨를 도왔습니다. 스위스와 법이 다른 영국에서 자신의 행동이 불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헬렌 씨를 스위스로 혼자 떠나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평생의 동지’의 곁에 끝까지 남아있고 싶어 스위스행을 결심했습니다.

스위스에 도착했을 때 헬렌 씨의 폐는 이미 15%정도밖에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헬렌 씨는 약물을 투여 받고 잠시 제임스 씨와 작별인사를 나눈 뒤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깊은 슬픔을 안고 범죄자가 될 각오까지 한 채 집에 돌아온 제임스 씨에게 또 가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참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들어 귀중한 살림살이들이 몽땅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 파일이 담긴 컴퓨터도 없어졌습니다.

제임스 씨는 “그나마 감옥에는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6개월 조사받은 끝에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가 종결됐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영국에서 자살을 돕는 행위는 징역 14년까지 처해질 수 있는 중죄입니다.

징역형은 면했지만 여전히 감옥에 갇힐 것 같은 두려움이 불쑥불쑥 찾아온다는 제임스 씨. 그는 트라우마를 견디며 영국 내 조력자살(안락사) 합법화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스위스로 가서 생을 마감하려면 큰 돈이 있어야 합니다. 무의미한 고통에 시달리기보다 맑은 정신으로 평온하게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실적인 벽이 너무 높아요.”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화제인 조력자살은 ‘정답 없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고통을 피할 수 있다며 찬성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유산 분쟁 등 갈등상황에서 조력자살이 악용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스위스 디그니타스 병원에서는 악용을 막기 위해 환자가 명백히 회생 불가능한 상태일 것, 완전히 자기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것, 스위스 법원이 허가했을 것 등 상세한 조건을 내걸고 이에 부합하는 이들에게만 침대를 내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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