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붕괴 건물 세입자 “벽 양쪽 배불뚝이 돼…구청 신고 후 묵묵부답”

cja0917@donga.com2018-06-04 11: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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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낮 12시 반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콘크리트 잔해와 구겨진 철근만 가득 쌓여 건물 형체를 짐작할 수 없는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색 및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건물 입주 상인이 지난달 9일 용산구에 건물 붕괴 위험을 경고하며 보낸 사진에 건물 벽이 튀어나오고 여러 군데 굵은 금이 간 모습이 선명하다(왼쪽 사진 실선 안).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3일 완전히 붕괴된 서울 용산의 4층짜리 상가 건물 1~2층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세입자 A 씨는 지난 5월 10일 건물 이상과 관련해 구청에 신고했지만, 구청에서 20여 일간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붕괴된 건물 1~2층에서 백반식당을 운영했다는 A 씨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반이 침하돼 건물이 살짝 주저앉고 있다고 구청에 연락했는데 그다음 날 찾아왔다. 하지만 그 이후에 답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평소에도 붕괴 조짐을 느껴 불안했었다고 했다. 그는 “벽이 갈라진 양쪽이 배불뚝이가 되면서 살짝 갈라졌고, (1층) 칼국수 집에는 비가 오면 안쪽까지 물이 들어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참혹하다. 하루아침에 진짜 모든 걸 잃어버린 거니까”라며 “전화를 받고 뛰어가는데 그쪽에서 연기가 크게 나더라. 말도 안 되지 않나. 건물이 하루아침에 그냥 무너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나. 아니,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거다”라고 좌절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3일은 일요일로, 다행히 건물 1~2층의 식당들은 영업을 하지 않았다. A 씨는 평일이었다면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거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A 씨는 “(사고가 발생한 낮 12시 35분은)제일 바쁜 시간이다. 1층에 있는 칼국수 집과 함께 평일에 그 시간대에는 (손님이)거의 한 100명 정도 있다”며 “진짜 인명 피해가 없길 다행”이라고 했다.

다만 A 씨는 “평소 (오전)5시면 나갔다가 (오후)9시에 퇴근한다. 직원 한 분이랑 주방도 보고 혼자서 운영을 한다. 그렇게 힘들게 버텨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하루 벌고 하루 먹고살았는데 이제 그마저도 없어졌다”며 “한 달 동안 손님들이 먹었던 장부들이 다 저 안에 있다. 맨날 10명, 20명 이렇게 오는 사람들 밥해 주고서 돈 하나도 못 받은 거다. 이거는 그러면 누구한테 따지나”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와 관련,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3일 사고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주민들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주변 건물에 금이 가거나 지반이 침하하는 현상이 있어서 지난달부터 구청에 신고를 했는데, 구청은 보고가 제대로 안 된 상태”라며 “오늘 큰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지만 얼마든지 위험 요소는 있었던 거고, 구청이 보고를 못 받았다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어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 분들이 불안하지 않게 건물 붕괴 원인을 빨리 조사해서 진상을 정확히 알려드리겠다”며 “이 곳 사고현장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 특히 용산구에 대해서는 전면조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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