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 “집에 TV 없어, 아이들은 엑소·방탄소년단 몰라”

yyynnn@donga.com2018-06-03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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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성동일.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성동일이 tvN ‘라이브’를 통해 따뜻한 경찰의 이야기를 들려주더니, 영화 ‘탐정: 리턴즈’를 통해서는 코믹한 탐정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탐정: 더 비기닝’으로 권상우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코믹한 케미를 선사한 이후 두 번째 만남. 이번 리턴즈에는 배우 이광수가 합류해 차별을 두기도 했다.

“(언론시사회 당일) 영화를 처음 봤는데, 솔직히 재밌다고 했어요. 억지웃음이 없고 재밌었죠. 저는 제 영화를 재미없어 하는데, 가격 대비 영화가 잘 나온 것 같아요.”

이번 ‘탐정: 리턴즈’는 더비기닝과는 다르게 ‘미씽: 사라진 여자’의 메가폰을 잡았던 이언희 감독이 연출을 담당했다. 이언희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아무래도 코미디나 액션을 안 하셨던 분이 하신 거라, 배우들이 신경 써서 하면 됐죠. 디테일한 부분은 남자 배우들이 놓칠 수 있었죠. 전 사실 여자 감독들과 안 해봤어요. 그리고 제 성격은 외향적이고,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배우죠. 영화를 찍는 동안 제 방에서 술을 마시면, 감독님도 같이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했어요. 다음날 찍을 것을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이번 ‘탐정: 리턴즈’에서 이광수의 합류는 성동일의 공(功)이 컸다. ‘괜찮아, 사랑이야’부터 ‘라이브’까지 연이어 이광수와 한 작품에서 함께 호흡하며 쌓은 친분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 이광수를 추천한 이유가 궁금했다.

“독특한 캐릭터가 있다고 해서 누구 생각하냐고 했어요. 그래서 바로 이광수에게 전화를 했죠. ‘너 해라’라고 했더니 광수가 ‘네 알겠습니다’ 하더라고요. 동욱이도 ‘신과 함께’ 안 할 때 전화해서 형 좀 도와달라고 했고요. ‘국가대표’ 때의 인연으로요. 무조건 한다고 했어요. 고맙다고 술도 샀고요. 여러모로 배우들의 조합이 잘 됐어요. 술로 맺어진 관계들이라서요(웃음). 후배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죠. 광수가 들어와서 빈 구석을 잘 채워줬어요. 후배지만 고맙다고 했죠.”

더불어 성동일은 이광수의 실제 성격과 방송 등에서 비춰지는 모습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광수가 실제로는 말이 없어요. 술을 마셔도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 이외는 별로 말도 안 하고요. 예능에서의 모습과 실생활은 180도 다르죠. 쉬는 날에는 운동을 하고, 몇몇 선배들과 만나고요. 만나는 멤버도 고정돼있어요. 그러다보니 광수가 연기적으로 터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 번 해보자고 했죠. ‘라이브’ 때도 둘이 좋았어요. 그래서 계속 같이 하게 됐고요.”

이번 ‘탐정: 리턴즈’에는 가수에서 배우로 새로운 변신을 꾀한 손담비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특히 성동일과 붙는 신이 많았기에 그가 바라보는 손담비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졌다.

“원래 활동적인 친구예요. 필라테스는 거의 선수급이죠. 밥을 먹어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더라고요. 근데 몸이 엄청 뻣뻣해요(웃음). 그리고 제 방에서 술을 마시거나 해도 분위기는 손담비가 다 띄워요. 촬영이 없어도 현장에 자주 놀러왔고요. (손담비가) 첫 촬영을 하기도 전에 이미 4번 정도 촬영장에 놀러왔어요.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술을 마시고 가고요. 정말 저희 팀 팀워크가 좋았어요.”



배우 성동일.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제목의 ‘비기닝’이라는 단어가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그런 가운데 ‘탐정: 리턴즈’가 탄생했다. 1편이 큰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2편을 제작한다는 것이 의외인 부분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배우 성동일이 ‘탐정’ 시리즈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편은 오기도 발동했었어요. 1편 때 워낙 안 좋은 상황에서 개봉을 했고, 극장, 관 수가 받쳐줬으면 관객들의 사랑을 더 받지 않았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무조건 다 하자고 했어요. 스태프들도 하자고 했고요. 2편은 멋모르고 앞장서기보다, 알고 앞장을 섰죠. 코믹도 훨씬 더 잡고 가고요. 아이디어를 내서 하는 부분도 자신감이 붙어서 했어요. 반응이 나쁘지도 않았죠. 시즌제로 가기엔 관객수가 애매했는데, 그 아쉬움을 달래려고 했어요. 한 번 더 해보자 했죠.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는 ‘뭘 하냐’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

그의 오기가 통했던 걸까. ‘탐정: 리턴즈’는 전편에 비해 훨씬 더 강화된 웃음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렇게 되기까지 배우들의 노력도 필요했을 터. 이번 영화에서 관객들의 웃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애드리브를 준비했을까.

“애드리브는 리허설을 하지 않고는 절대 안 나와요. 내 것만 가지고 있으면 무식한 거죠. 그러면 우리가 얘기하는 ‘개그’나 나오는 거고요. 연기 애드리브는 순간 짧게 나오는 거예요. 안 나오면 빨리 포기해야하고요. 기본적으로 애드리브를 잘 치는 배우들이 상대방 배우의 대사를 잘 들어요. 자신의 것만 웃기겠다고 가져가면 상관없는 애드리브를 치죠. 그래서 저는 항상 후배들에게 남의 대사를 잘 들으라고 해요.”

이번 영화에서 성동일은 권상우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이미 한 번 호흡을 맞춘 노하우가 쌓여 이번 영화에서 그 케미가 100% 발산됐다.

“권상우도 지금은 우리가 아는 예전의 ‘멜로 하는 권상우’가 아니라 동네 아저씨가 다 됐죠. 권상우를 만난 게 복이었어요. 모든 스태프들, 막내들까지 생일을 다 챙기더라고요. 어느 날 ‘연기를 즐기고 싶다’고 했어요. 이제 그럴 나이인 것 같고요. 현장에서 하는 일을 즐기고 싶다고 했죠. ‘탐정: 더 비기닝’ 하면서부터 완전히 바뀌었어요.”

배우 성동일.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성동일의 필모그래피는 쉼이 없다. tvN 드라마 ‘라이브’에 이어 영화 ‘탐정: 리턴즈’ 그리고 JTBC ‘미스 함무라비’에 이어 앞으로 개봉할 영화들도 예정된 상황. 그가 쉼 없이 작품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많이 해야 해요. 하정우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학생이나 직장인이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는 게 나쁘다고 생각 안 해요. 배우도 열심히 많이 해야 늘죠. 제가 안 쉬고 연기를 하면서 연기가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정말 잘 나가는 후배들에게도 그만 쉬라고 하죠. 배우가 자꾸 해야 느는 거니까요.”

“주변에서는 너무 (작품을) 많이 하는 게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무명 때 일이 많아서 잠을 못 자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집에 있는 것보다 그게 좋아요. 그렇게 하면 정말 힘들고 집에 들어가도 힘이 없어요. 그럼 아이들이 ‘아버지 힘드시죠’라는 소리도 하고요(웃음).”

성동일은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로 유명한 배우다. 그렇게 바쁘게 작품을 하면서 아이들과 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터.

“저만큼 가족들과 여행을 많이 가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제가 40살 넘어서 준이를 낳았어요. 저는 새벽에 집에 들어가도 애들에게 뽀뽀를 잘 해요.”

그의 집에는 여전히 TV가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 차원에서 없앤 TV지만, 성동일의 세 아이들은 유명한 아이돌 그룹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번은 저희 집에서 이광수, 조인성, 엑소 도경수가 와서 술을 마셨는데, 아이들이 다 모르더라고요. 그리고 한 번은 방탄소년단 태형(뷔)이가 빈이랑 만나고 싶다고 과자를 보냈더라고요. 그래서 빈이에게 ‘이거 태형오빠가 보낸거야’라고 했더니 빈이는 방탄소년단도 모른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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