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소녀 손만 안 잡아 준 백인 아이들’ 사진의 진실

celsetta@donga.com2018-06-03 1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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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이하 현지시간) 텍사스 주 산타페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사고는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열 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당한 대형 사고의 범인은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산타페 고등학교 학생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슬픔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5월 25일 추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 날 학생들과 학부모, 지역 주민들은 학교 안에 버젓이 총기를 가지고 들어와 인명을 해치는 범죄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자고 다짐했습니다.

뜻 깊은 행사는 전국적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NBA 공식 트위터 계정도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묵념하는 사진을 올리며 산타페 고등학교를 응원했습니다.

그러나 NBA 계정에 올라간 사진 한 장 때문에 학생들은 생각지도 못 한 비난에 휘말렸습니다. 사진 속에는 여학생 일곱 명이 ‘SF(산타페) Strong’이라는 글자가 적인 티셔츠를 입고 서로 손잡은 채 경건하게 묵념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학생들 중 유일하게 흑인 학생 한 명만이 옆사람과 손을 잡지 않고 혼자 차렷 자세로 서 있었습니다.

네티즌들은 “왜 흑인 학생의 손은 잡아주지 않는가”, “이런 슬픈 상황에서도 인종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산타페 고등학교에 벌어진 비극은 안타깝지만, 저 동네에 인종차별자들이 많은 것 같다”며 황당해 했습니다. 일부는 “흑인 학생을 따돌린 저 백인 학생들이 누군지 공개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추모행사에서 때아닌 인종차별 논란이 벌어지자 한 중년 백인 여성이 등장했습니다. 이 여성은 “오해다. 사진에 있는 흑인 소녀는 내 딸”이라며 “딸 옆에 서 있는 아이들은 모두 친한 친구들이다. 딸아이는 무대에 추모곡을 부르러 올라갔는데 친구들과 손을 잡으면 눈물이 터질까 봐 일부러 차렷 자세로 있던 거다. 괜한 억측으로 아이들을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머니라는 여성의 말에도 부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당신은 백인인데 왜 딸이 흑인이냐, 어머니라고 사칭하는 것 아니냐며 시비 거는 이들이 속출했습니다.

논란은 흑인 소녀 본인이 어머니와 함께 찍은 ‘인증 영상’을 올리고 나서야 잦아들었습니다. 공격적인 사람들의 서슬에 짓눌려 있던 네티즌들은 “피부 색만으로 가족인지 판단하는 사람들은 반성 좀 했을 것”, “어머니와 본인이 나와서 해명했는데도 어떻게든 인종차별 이슈로 몰고 가려는 노력이 처량하다”, “사진에 나온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길”이라며 응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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