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여교사 “동료들, 네가 처녀라서 민감하다며 외려 비난”

toystory@donga.com2018-06-01 1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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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했지만, 많은 피해자들이 되려 2차 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지난 5월 31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미투 운동 이후 2차 피해를 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사례를 공개했다.

먼저 故(고) 조민기 전 청주대 교수의 미투 폭로 건이다. 변 원장은 "故 조민기 전 청주대 교수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본인의 피해도 말하기 어려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분이 사망을 했기 때문에 부담까지 지어야 됐다. '사람을 죽였다 미투가, 너희들이' 이런 2차 피해. '학교의 명예를 더럽혔다' 이러한 학교에서의 반응.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학생들 내지는 졸업생들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 여성 초등학교 교사가 상급자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건도 언급했다. 변 원장은 여교사가 상급자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아픔을 겪었다며 여교사가 쓴 편지를 읽었다.

편지에 따르면 "나의 고통을 지켜보면서도 도와주지 않던 나의 동료 선생님들. 나의 고통을 알리자 네가 처녀라서 민감하다. 남자가 술 마시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등의 말씀을 하시면서 외면하던 선생님들. 신고를 하고 나니 차갑게 등을 돌리던 선생님들. 계약직인 제가 학교에서 계속 생활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밥을 먹다가도 울고 머리를 감다가도 울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여러 사연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가 갔었는데 인권위원회에서 1년 전 일이라서 이 조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어쨌든 각하되면서 우리 피해자님이 너무 힘들다가 저희 신고센터를 알게 돼서 저희를 찾아오게 되신 케이스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변 원장은 "(여 교사가) 어려운 일을 얘기하면 도와주고 격려해 주기는커녕 네가 그럴 만 하다. 그런 비난이 2차 피해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변 원장은 "수사 과정에서 이 피해자를 여전히 믿지 않는 거다. 피해자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기보다는 왜 이렇게 갑자기 이런 피해를 입었다고 얘기하는 걸까. 그 목적을 의심한다. 경찰이든 조력자는 그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함에도 일단 믿지 않는다. 이게 가장 커다란 수사 과정에서의 2차 피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출범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희롱·성폭력특별신고센터에서는 5월 29일까지 705건이 접수됐다. 변 원장은 "피해가 언제 일어났는가 봤더니 5년 이하 사건이 가장 많더라. 저희 신고센터는 조사 기능이 없다. 그러나 피해자의 말씀을 듣고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가장 많이 원하는 건 가해자 처벌이다. 또 조직 문화 개선을 많이 많이 말씀한다"라고 덧붙였다.

2차 피해에 대해서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공공기관에 알린다. 변 원장은 "2차 가해에 대한 시정 조치를 여성가족부 내지는 양성평등 기본법, 국가인권위 법에 따르면 여러 가지 관리 감독할 수 있다. 2차 가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스튜디오에서 집단 성추행을 당하고 촬영된 사진이 유포됐다고 밝힌 유명 유튜버 양예원 씨와 해당 스튜디오 실장과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대해 변 원장은 "어떤 피해가 있었는데 (양 씨가 스튜디오 실장에게) 카톡을 보냈다는 것을 '피해가 없었다' 이렇게 의심하는 건데.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 따라 모든 양상이 달라진다. 가해자가 모르는 사람일 경우에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피해자와 아는 사람의 관계에서는 관계성 때문에 본인의 생존권을 갖고 있다든가 계약이 안 될 수도 있지 않냐. 그렇기 때문에 주저주저하고 본인도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양 씨 사건 같은 경우에도 이후에 왜 카톡에서 돈을 요구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찌 됐든 돈을 벌기 위해 그 현장에 갔기 때문에 돈 요구할 수 있다"라며 "여러 차원에서도 저는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데 많은 분들은 카톡만 보고 모든 맥락을 지워버리는 거다. 어떻게 피해자가 이럴 수 있냐. 저는 이건 2차 피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피해자론. 피해자는 이래야 된다. 무력해야 된다, 울고 있어야 된다, 힘이 빠져 있어야 된다, 자살해야 된다. 이러한 어떤 극단적인 생각에서 피해자의 전형성을 강조한 어떤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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