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보고픈데 돈이 없었다” 인도에서 스웨덴까지 자전거로 간 남자

celsetta@donga.com2018-05-30 17: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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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람을 들뜨게 하고,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시도를 하게 만듭니다. 인도 남성 프라드윰나 쿠마르 마하난디아(Pradyumna Kumar Mahanandia·66)씨도 젊은 시절 첫 눈에 반한 여성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일을 시도했습니다.

마하난디아 씨는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달리트(불가촉천민) 신분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차별과 냉대에 시달리는 달리트 계층 사람들은 부를 축적할 기회 자체를 얻기 어려워 대부분 가난하게 살아갑니다. 197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마하난디아 씨도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다행히 그림에 재주가 있어 델리 길거리에서 관광객들 초상화를 그려 주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며 조용히 살아가던 청년의 삶은 1975년 한 외국 여성의 등장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웨덴에서 온 관광객 샬롯 본 쉐드빈(Charlotte Von Schedvin)씨가 초상화를 그려 달라며 그의 앞에 와서 앉은 것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고객에게 첫 눈에 반한 마하난디아 씨는 어릴 적 어머니가 해 주신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너는 나중에 커서 아주 먼 땅에서 찾아온 황소자리 여자와 결혼할 거란다. 그 여자는 음악적 소양이 뛰어나며 숲을 소유하고 있을 거야.”



사진=PK Mahanandia / BBC
어머니의 ‘예언’을 떠올린 마하난디아 씨는 재빨리 쉐드빈 씨에게 혹시 숲을 가지고 있느냐, 음악에 소질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쉐드빈 씨는 실제로 가족 소유의 숲이 있었기에 그렇다고 대답했고,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안다고 대답했습니다. 심지어 쉐드빈 씨의 별자리 역시 황소자리였습니다.

“첫 눈에 ‘운명의 상대’라는 걸 서로 알아봤습니다. 자석처럼 끌렸죠.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가 나서 처음 만난 여성에게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떨결에 차 마시자고 초대까지 했는데, 사실 말 해 놓고도 ‘경찰에 신고당하는 거 아닌가’싶었어요.” 마하난디아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웃음을 머금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쉐드빈 씨는 경찰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진심이 담긴 청년의 눈빛을 보고 ‘왜 이런 질문을 하나’ 궁금함이 앞섰고 대화를 나누자 호감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는 쉐드빈 씨가 인도에 머무는 동안 행복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쉐드빈 씨가 고국으로 돌아가자 두 사람은 자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애정을 키웠습니다.



사진=PK Mahanandia / BBC
그러나 1년 넘게 연인을 만나지 못 한 마하난디아 씨는 그리움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자기가 가진 모든 재산을 처분해 스웨덴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구해 보려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마하난디아 씨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고, 무모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전거 한 대에 몸을 싣고 매일 70km씩 달렸습니다. 생활비나 뱃삯은 여행 도중 그림을 그려 판 돈으로 충당했습니다.

“7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였어요. 스웨덴까지 가려면 많은 나라를 통과해야 하는데 심지어 전 비자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여행을 시작했죠. 여행 도중 수많은 난관을 겪었습니다. 몸이 힘든 건 두 말 할 나위 없었고요. 하지만 ‘이 여행이 성공하면 샬롯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과 낯선 나라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즐거움에 여행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1977년 1월 22일 집에서 떠난 마하난디아 씨는 5월 28일 비로소 목적지인 스웨덴에 도착했습니다. 쉐드빈 씨의 부모님은 딸을 만나기 위해 5개월이나 걸려 인도에서 찾아온 청년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고, 두 사람은 양가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사진=PK Mahanandia / BBC
“유럽 문화에 대해서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아내가 정말 든든하게 저를 지지해 주었습니다. 아내는 특별한 사람입니다. 제 마음은 1975년 그때 그 순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 여전히 사랑에 푹 빠져 있습니다.”

마하난디아 씨와 쉐드빈 씨는 슬하에 자녀 둘을 두었으며 지금도 스웨덴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스웨덴에 정착한 마하난디아 씨는 예술적 재능을 살려 화가가 되었고, ‘PK 마하난디아’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입니다.

“사람들이 제 자전거 여행을 왜 놀라워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먼 나라에 사는 연인을 만나고 싶은데 돈이 없었으니 별 수 있나요. 그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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