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스파이더맨’…벽 타고 올라 꼬마 구한 청년 해피엔딩

phoebe@donga.com2018-05-30 14: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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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페이스북 Habib Bibou 
프랑스 파리에서 건물 4층 발코니에 매달린 아이를 구조하기 위해 맨손으로 건물 벽을 기어 올라간 ‘스파이더맨’ 난민 청년이 합법적인 프랑스 신분을 얻고 소방대에 합류했습니다.

손가락으로 겨우 건물 난간에 매달려 있는 4살짜리 소년을 구해 영웅으로 칭송받은 마무두 가사마(Mamoudou Gassama·22) 씨가 합법적으로 프랑스에 머물 수 있게 됐다고 가디언 등 유럽 언론은 5월 29일(현지시각) 전했습니다.

이날 아침 가사마 씨의 이민 서류가 빠르게 접수됐고, 그는 소방서를 방문해 10개월짜리 인턴직을 얻었습니다. 그는 한 달에 600유로(한화로 약 75만 원)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빠르면 3개월 이내에 프랑스 시민이 됩니다.

가사마 씨는 십대 시절 고국 말리를 떠나 리비아를 거쳐 이탈리아 해안으로 가는 위험한 여행을 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4년을 보내고 지난해 9월 프랑스에 도착했습니다. 동생과 만난 그는 파리 외곽의 기숙사 비좁은 방에서 여섯 방과 함께 살았습니다.

지난 26일 길을 가던 가사마 씨의 눈에 어린 아이가 건물 4층 밖 난간을 간신히 잡고 매달려 있는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곧바로 건물 난간을 붙잡고 4층까지 올라가 아이를 구조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이 이 모습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엄청난 화제가 됐습니다. 가사마 씨는 ‘파리의 스파이더맨’으로 칭송받았습니다.



출처=페이스북 Lassana Bathily
피리 시장 안 이달고는 27일 가사마 씨와 통화한 후 그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아프리카 말리 출신 난민 청년이 프랑스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달고 시장은 트위터에 “그의 영웅적인 행동은 파리 시민들의 귀감”이라며 “어젯밤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한 그의 용감한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고 적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그를 엘리제궁에 초청해 용감하고 헌신적인 행동을 치하하는 의미로 메달을 수여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프랑스 정부 이번 사건을 홍보도구로 삼으며, 가혹한 난민 정책을 희석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민자를 지원하는 GISTI의 클레어 로디어 씨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사마 씨에 대한 대우와 다른 난민에 대한 정부의 억압 정책은 대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자선단체도 마크롱 대통령이 사안을 “뻔뻔스럽게” 악용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파리 북부에만 2000명이 넘는 이주자와 난민이 교량 주변에서 거지꼴로 노숙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치명적인 위생 상태”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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