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흑인 남성이 ‘백인우월주의’ 집회에 30년 넘게 참석한 이유

celsetta@donga.com2018-05-23 17: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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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릴 데이비스 씨 페이스북
음악가, 작가, 배우를 겸업할 정도로 예술에 재능이 많은 미국 남성 대릴 데이비스(Daryl Davis)씨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흑인이지만 30년 넘게 백인우월주의 단체 ‘Ku Klux Klan(KKK)’ 집회에 참석해 왔습니다. 물론 그는 절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릴 씨는 왜 백인우월주의자들 모임에 나간 것일까요.

데이비스 씨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고작 열 살 때부터였습니다. 어린 시절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던 데이비스 씨는 퍼레이드 도중 한 무리의 백인 관중들이 자신을 향해 돌과 쓰레기를 던지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는 주변 단원들 사이에서 유일한 흑인 소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부모님께 “대체 왜 사람들이 내게 돌을 던지느냐”고 물었고, 부모님은 세상엔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소년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나와 대화 한 마디 나눠 본 적 없으면서 그저 피부색만 보고 미워하다니’.



사진=daryldavis.com
그 이후 데이비스 씨는 인종차별에 관련한 책을 꾸준히 읽으며 나름의 답을 찾으려 애썼지만 인종차별을 해결할 방법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성인이 된 뒤 그는 백인우월주의자 단체인 KKK에 직접 찾아가 대체 왜 인종차별을 하는지 물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흑인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 뛰어들었다가 해코지 당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그 이후 30여 년 간 대릴 씨는 KKK집회 방문을 이어갔고,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설득해 KKK에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집회에 나타난 흑인을 조롱하며 공격적으로 대했던 사람들도 집회마다 찾아와 말 거는 데이비스 씨를 계속 지켜보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보면 인종 같은 것은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입니다.

대릴 씨의 꾸준한 설득으로 마음을 고쳐 먹은 사람들 중에는 한 때 KKK 메릴랜드 주 간부급이었던 로저 켈리(Roger Kelly)씨도 있었습니다. 그는 데이비스 씨와 대화하며 점차 마음을 열었고 자기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음을 인정하게 됐다고 합니다. KKK를 탈퇴한 켈리 씨는 ‘우리 힘으로 인종차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증표로써 자기가 갖고 있던 KKK의상과 각종 트로피를 데이비스 씨에게 넘겨 주었습니다.

크나큰 용기와 사랑으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비뚤어진 마음마저 돌려놓은 데이비스 씨는 예술가이자 인권운동가로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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