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 성격은 무조건 안 좋은 걸까?

celsetta@donga.com2018-04-30 15: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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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정반대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 동방신기. 여럿이서 떠들썩하게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적 성격의 유노윤호(우)와 달리 내향적인 최강창민(좌)는 혼자, 혹은 소수 인원과 함께 조용히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밝고 외향적인 성격’이 ‘좋은 성격’이라고 여겨 왔습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친구를 쉽게 사귀고 직장에서도 남들과 잘 어울리므로 사회생활도 잘 할 거라며 긍정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대로 내향적인 사람들은 어딘가 음침하고 소심하며 남과 어울리지 못 할 거라는 편견에 시달려 왔죠. 내향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 스스로도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꾸고 싶다’, ‘내향적인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을 품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며 내향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 즉 ‘내향인’들에 대한 오해도 많이 풀렸습니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그저 타고난 특질일 뿐 그 자체로는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다는 것도 많이 알려졌죠. 하지만 여전히 ‘내향적인 사람=사교 및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용심리학자 엘렌 헨드릭슨(Ellen Hendriksen)은 최근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한 글 한 편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내향적인 것과 사회적 불안증세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내향성과 사회적 불안증은 다르다
1. 내향성은 타고나지만, 사회적 불안증은 후천적으로 형성된다

사람마다 타고난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성격 역시 다릅니다. 내향성은 타고난 성격이므로 대개 어린 시절부터 발현됩니다. 내향적인 아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혼자 쉬거나 책 읽는 것을 즐깁니다.

반면 사회적 불안증은 특정한 경험에 의해 후천적으로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거부당했던 경험, 사람들 앞에 섰다가 망신당했던 경험 등 부정적인 체험 탓에 큰 충격을 받으면 남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될 수 있습니다.


2.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있을 때 편안해 하지만 사회적 불안감을 가진 사람은 혼자 있다고 해서 편하거나 행복해지지 않는다. 그저 ‘덜 걱정할’뿐이다.

외향적인 사람이 남들과 떠들썩하게 어울릴 때 활기를 띠듯,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이나 친밀한 소수와의 어울림을 통해 자신을 재충전합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밖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즐겁게 놀 수 있지만, 그렇게 놀고 난 뒤 이들은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마음의 배터리를 채우고 싶어 합니다.

사회적 불안을 가진 이들 역시 혼자 있는 것을 더 선호하지만 혼자 있는 것을 진정으로 즐기지는 않습니다. 타인과 함께 있으면 불편하고 행여나 말실수라도 해서 웃음거리가 될까 봐 노심초사하지만 막상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외롭고 불안해하는 것이죠.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3. 내향적인 사람은 남들 앞에서 자기 의견 말하기를 겁내지 않는다.

내향적인 사람은 그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뿐, 남들 앞에서 의견을 피력해야 할 때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면 머릿속이 텅 빈 것 같고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감이 들고 두렵다면 내향적 성격이 아니라 사회적 불안 증세로 볼 수 있습니다.


4. 사회적으로 불안한 사람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과할 정도로 신경을 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내향적인 사람이든 외향적인 사람이든 누구나 어느 정도는 남들에게 신경을 씁니다. 남의 눈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궁금해하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능입니다. 만약 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관심이 없다면 그건 그것대로 공감 능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회적 불안증이 있는 사람들은 ‘남의 눈에 비친 자신’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써서 문제가 됩니다. 보통은 자기 주변 사람들이나 중요한 사람들에게 잘 보이면 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나 불안을 품고 사는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타인에게 신경을 쓰고 그들에게 미움 받지 않을까,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고민합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5. 사회적 불안증은 ‘완벽주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완벽주의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단순히 내향적이기만 한 사람들과는 달리 사회적 불안감을 안고 사는 이들은 자신에게 과할 정도로 냉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주문할 때 발음이 꼬이면 잠깐 창피할 수는 있지만 사실 별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적 불안감이 있는 사람들은 이 정도의 작은 실수에도 매우 큰 수치심을 느낍니다. 이들은 전화로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도 걱정스러워 하며 머릿속으로 ‘대사’를 예행연습한 뒤 전화를 걸기도 합니다.

이렇듯 내향성과 사회적 불안은 많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불안감을 가진 사람은 어딘가 심각한 결함이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불안감이 심해지면 정상적 사회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으나, 가벼운 사회적 불안증세는 현대인들에게 아주 흔하게 나타나며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없어지기도 합니다.

헨드릭슨은 15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사회적 불안 증세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며 가벼운 불안은 환경 변화와 스스로의 노력, 상담 등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려 노력하고, 당장은 식은땀 나고 괴롭더라도 사람들이 모이는 이벤트에 눈도장이라도 찍어 보며, 화려하고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나와 똑같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자꾸 되새기며 ‘당당한 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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