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갑질 판사, 폭언 들은 천식환자 피고인 3일 후 사망

phoebe@donga.com2018-04-23 16: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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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판사가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천식 환자에게 고래고래 폭언을 퍼부어 충격을 받은 환자가 집으로 돌아간 후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오는 6월 은퇴를 앞둔 판사는 법원 관리위원장 명령으로 출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4월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 브라운 카운티 순회 판사 메리 에를리히(Merrilee Ehrlich) 판사는 4월 15일 가족간 사소한 다툼 끝에 경범죄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산드라 페이 트위그스(Sandra Faye Twiggs·59) 씨를 맹렬히 질책했습니다.

당시 촬영한 법원 영상에서 에를리히 판사가 휠체어에 앉아 몸도 가누지 못하는 환자에게 휘두른 말의 채찍은 너무 과해서 국선변호인 하워드 핀켈스타인(Howard Finkelstein) 씨는 이런 판사에게 형사 소송을 맡겨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변호사 측은 “누군가 그런 대우를 받고도 참아야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마이애미 헤럴드에 말했습니다. 

유튜브에 공개된 당시 법원 영상에 따르면, 트위그스 씨는 천식과 만성 폐색성 폐 질환을 앓고 있으며, 구금 중에 약물을 복용하지 못해 고통을 받았다고 호소했지만, 판사는 듣지 않았습니다.

판사는 노기 띤 얼굴로 “난 당신의 호흡 치료에 대해 말하려고 나온 게 아니야!”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그는 “당신은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했어! ‘예’, ‘아니오’로 답해!”라고 폭언하기도 했습니다.

트위그스 씨는 이날 현장에서 호흡 곤란을 일으켰고, 보석으로 풀려난 지 사흘 만에 침대에서 자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환자가 사망한 후 뒤늦게 판사 ‘갑질’ 영상을 본 친지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트위그스 씨의 대녀 캐롤린 포터(Carolyn Porter) 씨는 플로리다 현지 언론에 “법원 영상에 대해 전혀 몰랐다. 대모님은 우리에게 법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려고 했지만, 심각하게 불안해했고, 말을 꺼내려 할 때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라고 전했습니다.

트위그스 씨의 여동생 안나(Anna) 씨는 ABC뉴스에 “법원에서 겪은 일이 언니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라며 “언니는 ‘날 매우 심하게 대했어. 내가 원한 건 의학적 관심과 도움이었는데’라고 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핀켈스타인 변호사는 “영상을 보니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판결을 내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누구도 그런 식으로 공격 받아선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우어드 카운티 법원 관리위원장인 잭 튜터(Jack Tuter) 판사는 에를리히 판사에게 다시는 법원에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선 센티널이 보도했습니다.

터터 판사는 “에를리히 판사의 은퇴는 6월 30일이지만, 최근 사건을 고려해 법원에 복귀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에를리히 판사의 (가정 법원) 부서를 대신할 사람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를리히 판사의 폭언은 예전부터 유명했다고 합니다. 핀켈스타인이 4월 20일 튜터 판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에를리히 판사가 많은 피고인들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변호사들을 비난했으며, 참을성이 없고 분노했다”라고 적었습니다.

네티즌들은 “판사가 이대로 물러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피가 끓어 오른다, 이 짐승 같은 판사 때문에 훼손된 고인의 존엄성을 회복시켜야 한다”, “무서운 재판관이다”, “분명 그녀는 자신이 특별하고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랐다. 오만함은 역겹다”, “그녀는 은퇴할 것이고, 불쌍한 트위그스와 가족, 그리고 변호사에게 한 일에 대해 어떠한 대가도 지급하지 않을 것”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한편, 에를리히 판사의 갑질은 다음 경범죄 사건 청문회에도 계속됐다고 합니다. 수입 없이 9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피고인이 말만 하려고 하면 “조용히 해! 입 다물어요! 조용히 해!‘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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