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마리’ 中 바퀴벌레 농장…제약회사 “위장병에 특효”

celsetta@donga.com2018-04-19 16: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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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MP
어둡고 습한 방, 선반에는 음식과 물이 놓여 있습니다. 이 방의 주인인 ‘바퀴벌레’들을 위한 먹이입니다.

중국 쓰촨 성 시창 시에 위치한 ‘바퀴벌레 농장’은 축구장 두 개를 합쳐놓은 정도로 넓은 면적을 자랑합니다. 이 건물에는 약 60억 마리나 되는 바퀴벌레들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지진 등 자연재해로 건물에 손상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시창 시 인구(약 80만 명)보다 많은 바퀴벌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는 셈입니다.

최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세계 최대 규모 바퀴벌레 농장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건물에 들어가려면 특수 제작된 방호복을 입어야 합니다. 바닥, 벽, 천장 할 것 없이 사육장 사방에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농장 관계자는 “사육장에서 눈을 감고 서 있으면 늦가을 대나무 숲에 온 기분이 든다. 바퀴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날갯짓하는 소리가 대나무 잎새들이 바람결에 사삭 하고 스치는 소리 같다”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바퀴벌레 생육에 가장 알맞은 온도와 습도 등을 조절한다는 이 농장에서는 해마다 엄청난 수의 바퀴벌레가 생산됩니다. 농장을 운영하는 하오이성 그룹은 바퀴벌레를 팔아 지난 수 년에 걸쳐 43억 위안(약 7288억 원)이나 되는 수입을 올렸다는데요. 바퀴벌레로 무엇을 만드는 것일까요.



사진=SCMP
놀랍게도 농장에서 생산된 바퀴벌레들은 물약으로 만들어집니다. ‘바퀴벌레 물약’은 위장병이나 화상 치료에 특효라는데요. 질병 저항력을 키우는 단백질 성분이 있어 점막과 피부 재생에 탁월하다고 합니다.

두 병(100ml)에 50위안(약 8400원)가량 되는 이 물약은 원래는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 가능한 약품이지만 약국에서도 처방전 없이 팔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00만 명 이상의 중국 환자들이 이 물약의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설명서에 ‘바퀴벌레’라는 단어가 없기에 이 약의 핵심원료를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성분표에는 라틴어로 ‘페리플라네타 아메리카나(Periplaneta Americana)’라고 적혀 있습니다. 페리플라네타 아메리카나는 ‘이질바퀴(미국바퀴)’의 학명입니다. 낯선 이름에 호기심을 느껴 찾아본 이들은 하나같이 ‘모르는 게 약’이라 생각하게 된다네요.

‘벌레 물약’ 생산회사인 굿닥터 제약그룹 대표 한 이준(Han Yijun)은 ‘원료명을 일부러 라틴어 학명으로 표기해 환자들을 속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우리 약은 오랫동안 여러 병원에 공급돼 왔다. 병원에 납품할 용도로 만든 약이니 학명만 표기해도 문제가 없으며, 이 약은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제는 원료가 바퀴벌레인 걸 알면서도 약을 찾는 이들이 많다. 징그럽긴 하지만 이만큼 효과 좋은 원료도 드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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