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밀려온 향유고래 사체, 배 열어보니…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가득

cja0917@donga.com2018-04-11 17: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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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무르시아 환경보호단체 ‘Espacios Naturales’ 트위터 캡처
지난 2월 말 스페인 동남부 해변에 사체로 떠밀려온 몸길이 10m 짜리 향유고래의 사인이 밝혀졌다. 바로 인간이 버린 ‘쓰레기’ 때문이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과학뉴스 포털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 등 외신에 따르면, 10m 길이의 어린 수컷 향유고래는 지난 2월 27일 스페인 레히온무르시아 주(州) 무르시아 인근의 카보 데 팔로스 해변에서 비쩍 마른 사체로 발견됐다.

엘 바예 야생생물 구조 센터의 연구원들은 고래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했고, 고래의 뱃속에서는 충격적인 것이 발견됐다. 무려 29kg의 플라스틱과 비닐 등 쓰레기가 잔뜩 들어있었던 것.

고래의 위(胃)와 장(腸)에는 플라스틱 무더기와 수십 개의 비닐봉지, 밧줄 덩어리, 유리, 바구니나 매트 등을 만드는 데 쓰는 라피아 야자 섬유 등이 가득했다.

연구원들은 고래가 다량의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삼킨 뒤 이를 배출하지 못했고, 이것이 고래의 소화기에 영향을 줘 결국 복막염으로 죽은 것 같다고 사인을 분석했다.

최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태평양 하와이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사이에 위치한 ‘거대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에는 플라스틱이 8만7000톤 이상 모여 있다. 이 쓰레기 섬은 바람과 해류의 영향으로 북미·중남미·아시아에서 흘러온 쓰레기가 모이는 곳으로, 면적이 무려 프랑스 면적(64만㎢)의 3배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5조 개이며, 매년 수백만 톤의 쓰레기들이 추가로 바다에 버려진다. 이러한 플라스틱 등은 고래와 같은 거대 생물 뿐만 아니라 새, 물고기, 바다거북, 갑각류 등 모든 해양생물에 영향을 미친다.

무르시아 당국은 이 고래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해양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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